산은 등 채권단 1조7000억 마이너스 대출 실행결단은 정 회장에..회사측 “여전히 정상 추진중”인수 서두르면 아시아나 실적 악화 직격탄 맞아 HDC측 한도대출 아닌 출자전환 등 요구할 듯
일단 국책은행 채권단의 긴급수혈로 아시아나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적악화가 불보듯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인수를 추진중인 정 회장 입장에선 언발에 오줌을 누는 수준일 수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매달 항공기 임차 비용 등 고정비만 2000억~3000억 원에 달하는데 운항률은 7.6%까지 떨어졌다.
이달 내 서둘러 인수하기 되면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정 회장이 이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고스란히 떠안아야하는 상황. 일부에선 올해 아시아나항공 적자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손실과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은 4400억 원, 당기순손실은 8000억 원을 웃돌았다.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작년 1386.7%로 2배 넘게 치솟았다.
작년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인수 속전속결을 외쳤던 정 회장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라진 셈이다.
아시아나 주가도 곤두박질 친지 오래다. 단순 비교해보면 작년 12월26일 종가는 5620원이었으나 24일 4215원을 기록하고 있다. 4개월새 무려 30% 가까이 폭락했다. 액면가(주당 5000원) 이하로 떨어진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더욱이 산은과 수은 지원금 역시 한도대출(1조7000억원)로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할 빚이다. 아시아나 인수 후 정 회장이 목표로 하는 부채비율(300%) 도달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다시말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원여력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형태가 이어지는 건 그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정 회장이 대출 등 자금지원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에도 산은 등 채권단의 추가적인 당근책을 끌어내기 위해 협상을 장기전 모드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이 제시할 추가 협상 카드로는 산은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5000억원) 출자전환 및 차입금 상환유예, 신용보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추가적인 대출보다는 아시아나항공으로의 출자전환 등 아시아나 내부로 들어온 돈이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을 원할 공산이 크다.
산은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최종적인 결론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아직 시간도 남아 있다. HDC그룹측은 4월내 인수 종결을 목표로 했지만, 계약서상엔 6개월내 딜 완료라고 명시되어 있어서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아시아나항공과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한 날짜는 지난해 12월27일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반드시 계약일로부터 6개월 내에 거래종결(딜 클로징)이 이뤄져야 한다. 약 2개월 뒤인 오는 6월27일 전까지 유상증자 납입 등 남은 절차를 모두 마치고 거래를 매듭지으면 된다.
다만, 산은과 수은의 한도 대출 지원외에 최근 정부에서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정 회장이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HDC 관계자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구체적인 답변을 주기는 어렵다. 인수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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