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 중단 안 됐다면 영전 못했을 것···세상 희한하게 돌아가”검찰 “직무유기 혐의도 검토”···변호인 “방어 따라 공소장변경 부당”
2017년 말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직접 수행한 특감반원 이모 씨는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진술했다.
이씨는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비위와 관련된 것 외에 '실세'임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검찰 조사 과정에서 털어놓았다.
검찰이 공개한 조서 내용에 따르면 이씨는 "유재수의 텔레그램에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외에 현 정권의 실세 3인방으로 '3철'이라 불리는 사람 중 하나인 이호철과 관련한 내용도 있었다. 유재수가 청와대 조직구성을 건의하는 내용도 있었고 '누가 적합하다'는 취지의 인사 부탁도 했는데 실제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고 진술했다.
또 "천경득이 유재수에게 '내가 잘 아는 변호사'라고 프로필을 주며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 누군가를 추천했는데, 이는 실제로 성사됐다"는 진술도 했다. 이씨는 이런 진술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검찰에서 "유재수는 정말 나쁜 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잘 나갔는데 이번 정부에서 양다리를 걸친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씨는 검찰의 초기 조사에서는 이런 사실을 숨기다가 나중에야 털어놓았다.
이에 관해서도 "유재수보다 천경득이 더 두렵다. 천경득은 문재인 캠프 인사담당으로 예산은 천경득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었고, 인사에도 적극 관여한다는 말을 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을 걸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된 이후 자신에 대해 '우병우 라인'이라는 등 음해성 투서가 있었다고 했다.
이 투서에 대해 "출처를 확인해 보니 경찰, 민주당, 민정수석실 순으로 넘어왔다고 들었고, 천경득의 지시로 경찰 정보국 쪽에서 작성했다는 내용도 들었다"고 했다.
이씨에 앞서 당시 특감반의 선임 격이 '데스크'로 근무한 김모 씨가 증인석에 앉아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더 감찰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찰 당시 유 전 부시장은 돌연 병가를 내고 잠적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이를 상부에 보고했는데, 그 후에 "윗선에서 감찰 그만하라고 하니 그만 진행하라"고 했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김씨는 "유재수가 엄청 '백'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당사자는 병가를 내고 사라진 사이에 위에서 그만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4개월 후 금융위에서 명예퇴직하고 국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했다.
그는 이런 인사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감찰이 중단되지 않았으면 명예퇴직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사 당시 증인이 '세상이 희한하게 돌아간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김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김씨를 상대로 특감반원의 문서가 공식적으로 장부나 파일 등으로 보관되지 않으며, 실적을 기재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관계기관에 감찰 결과를 이첩할 때도 정식 공문이 아닌 구두 통보 등 비공식적 형식을 취한다는 점도 물었다.
특감반의 감찰은 수사기관의 수사 등과 달리 법령상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은 법령상 허용된 감찰을 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정수석으로서 결정권을 행사해 종료시킨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것도, 특감반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도 아니므로 무죄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외에 직무유기 혐의를 예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의 주장처럼 적극적으로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한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소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죄도 물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직무유기는 애초에 적용할 수 없다"며 "사건은 검찰이 기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어하는 것이지, 저희의 방어를 보고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형사 절차상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들이 법정에서 증언하기 전에 검찰을 방문해 자신의 진술조서를 확인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재판부가 "증인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검사실에 가서 다시 진술을 확인하는 것이 허용되느냐"고 의문을 표하자 검찰은 증인들이 원하면 종종 있는 일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중요한 것은 조사를 마친 사람이 법정 증언할 내용에 관련해 검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적법하느냐는 문제"라며 "사건 자체를 리마인드시키는 것은 명백히 공판중심주의에 반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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