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17년 이후 3년만에 ‘총수 부재’ 사태재계 ‘반도체 비전 2030’ 추진력 약화 한목소리TSMC 추격 벅찬데 대형 M&A·시설투자도 ‘감감’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일상적인 경영은 삼성전자 각 부문별 CEO선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등은 결국 총수의 결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도체 비전 2030’은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와 경쟁하고 있다.
작년 2분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18.8%까지 오르며 1위 TSMC를 빠르게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4분기 점유율은 TSMC 55.6%, 삼성전자 16.4%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이 예상되는 올해 삼성전자가 과감한 투자로 TSMC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삼성은 아직 뚜렷한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대규모 M&A의 맥이 끊긴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첫 구속되기 전인 2016년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인수한 뒤 대형 M&A가 전무한 상태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이 M&A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도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 상대인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을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삼성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2위로 급성장했다. TSMC는 지난 14일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이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며 올해 역대급 투자를 예고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인근에 부지를 매입해 개발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나 아직 공장 확장 등은 확장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구했던 재계는 이 부회장의 선고 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 부회장 선고 후 자료를 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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