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접근 SK바이오팜과 달리 ‘미래가치’ 강조해 CMO 회사 비교 기업에 넣어 적정가격 의문 제기 관련 사업 시작 6개월밖에 안돼···증권가 “이례적”
또 이는 엔터사였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게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피어그룹에 넣은 것을 연상케 만들기도 했다.
◆본업은 백신인데 CMO社만 비교, 기업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1~2조원이나 웃돌아 = 현재 금투업계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 산정 방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백신 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모가를 정하는 비교 대상 기업에 스위스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CMO 회사만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MO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비교군으로 CMO기업들만 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본업은 백신사업이다. 실제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의 매출은 스카이셀플루(독감 백신) 등 백신에서 대부분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 또 작년 1~3분기까지 백신 매출은 전체(1586억원)의 63.7%인 1010억원이었고, 나머지는 미국 MSD의 백신 로타텍 등의 유통 매출이 395억원(25.0%)이었다.
당초 업계에서 책정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몸 값은 3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들어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해외 주요 제약사와 아스트로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맺은 유일한 국내 기업이 되고 난 뒤부터 일각에서는 기업가치를 4조~5조원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잣대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현재 회사가 하고 있는 두 사업인 신약개발과 CMO부문 등 두 업종이 다른 데다, 아예 두 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제각각 산정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상장할 당시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나누어 유사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결국 공모가 산정은 주관사단의 몫인데, 이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CMO부문을 어느 정도 반영할 지가 당시의 큰 관심사였다. 이렇듯 조심스럽게 전망한 것과 달리 주관사단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 가격을 과감히(?) 내놓자 업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빅히트 피어그룹에도 네이버·카카오가···이종산업 빌미로 넣다가 거품 키웠다는데 = 작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빅히트 공모희망가 산정 기준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업계 반응은 “의아하다”라는 표정이었다.
당시 빅히트 공모가 산정을 위해 최종 선정된 비교기업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YG PLUS, 네이버, 그리고 카카오였다. 빅히트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IP(지적재산권) 등으로 관련 자회사를 물적분할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것 아니었냐는 분석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피어그룹에 포함된 데 대해 당시 빅히트 측은 “2019년 매출 중 음악 콘텐츠 사업 관련 비중이 50% 이상이고 음악 콘텐츠 유통 및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며,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회사를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가 네이버뮤직과 V라이브앱을, 카카오가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든 것이다.
이를 위해 빅히트는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수익(EV/EBITDA) 방식까지 활용해 논란을 더 키웠다. 해당 지표는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산업에 주로 쓰이는 지표로, 무형자산 비중이 큰 엔터사에서는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빅히트가 엔터사업 외 IP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공모가 뻥튀기'를 위한 무리수가 아니었냐는 비난도 만만찮았다. 결국 주가는 현재까지도 거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 가치’ 강조했다는 주관사단···“이미 백신 위탁 생산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 당초 금투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가 산정 논리로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가치 둘 다 반영키 위해 EV(내제가치)/pipeline(파이프라인)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는 SK바이오팜 상장 때 산출하던 공모가 방식인데다 당시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표주관도 맡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또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등 시장상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데다 공모가 산정에 대한 당국의 시선도 까다로워지고 있어 최대한 보수적 접근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해온 것이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CMO기업들로만 비교군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증권신고서에서는 “글로벌 생산능력이 부각되면서 시작하게 된 CMO 및 CDMO(위탁생산개발) 부문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이익이 창출되기 전”이라며 “현재 시점의 재무수치에 기초한 상대가치 평가법보다는 생산능력을 활용한 상대가치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기업가치 산출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기업가치 산출방식으로 생산능력(Capacity)에 근거한 EV/Capacity 방식이 쓰였다. 매장량 또는 생산능력을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기업가치 평가방법의 대안으로 쓰이는 기법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EV는 최근 3개월 평균(2020년 11월 2일~지난 2월 1일 종가)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을 뺀 값이다. 생산능력은 각 회사가 보유한 바이오 리액터 규모를 기준으로 했다. 이렇게 나온 생산능력당 기업가치는 △론자 1.27 △삼성바이오로직스 1.44 △우시 5.21이었다. 세 기업 평균인 2.64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능력(2만3924L)을 곱해 기업가치가 약 6조3200억원으로 계산됐다. 공모가 범위는 순차입금을 뺀 뒤 20.99~40.44%의 할인율(주당 4만9000~6만5000원, 기업가치 3조7500억~4조9800억원)로 적용됐다.
그러나 이 방식이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백신 CMO 회사보다 훨씬 높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 증권신고서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CMO 생산량이나 매출 등에 대한 설명이 어디에도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작년 9월부터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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