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중소금융권 연쇄 간담회 마쳐‘금소법 대혼란 해소 목적’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법 시행 취지는 동감···협조 구하는 방식 틀렸다”당국 “업권별 지침 마련 중···현장 적극 지원할 것”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권 내부에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하지만 결국은 모두의 인내와 동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은행권, 금융투자업권, 보험업권, 여전업권과 저축은행권 등 금융업권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간담회를 갖고 금소법 시행 초기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고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은 위원장은 첫 번째 간담회 자리인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소법 시행 후 은행 창구 직원들의 부담과 현장의 혼란에 대해 당국 수장으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빨리빨리 문화와 금융 소비자 보호는 양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폈다.
또 증권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시간에 쫓겨서 고객들에게 영혼 없이 상품을 설명하는 것은 금소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보험사 CEO들에는 “보험 영업 채널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상호금융기관과 여전업 등 중소금융업권 CEO들을 향해서는 “시행 초기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크겠지만 그럴수록 금융회사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고객 대상 설명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전했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금융권의 여러 현안이 발생할 때면 여지없이 금융권 CEO들과 만나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금융 지원 장기화 문제 등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기존 간담회에서 업권의 건의사항을 당국이 경청하고 당국의 당부사항을 업권이 경청했던 것과 달리 이번 간담회는 당국이 일방적으로 협조를 요구했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간담회와 직결되는 주제 외에도 여러 업권의 현안이 오갔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법 시행의 중요성과 동참에 대한 당위성만 강조됐다는 것이 금융권 현장의 지적이다.
금융권이 은 위원장의 연쇄 CEO 간담회를 달갑지 않게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소법 시행이 이미 1년 전부터 예고된 상황에서도 준비에 미온적이다가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서야 CEO 간담회를 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 전반의 목소리다.
한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1년 전부터 시행이 예고된 법이었다면 법 시행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그에 대한 당국 차원의 지도가 필요했을텐데 무작정 업권 자율에만 맡겨놓고 이제 와서 은행이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하면 당국은 뭘 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이 만들어졌고 일단 시행을 해야 하니 금융회사가 힘들어도 참고 이행하라는 압박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며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협조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의 고위 관계자 역시 “보험 영업 채널 전반의 혁신이 장관 1명의 목소리에서 좌우된다고 보는 것 자체가 코미디에 가깝다”면서 “정부의 지지도 하락이 심상치 않다보니 이에 눈치를 본 금융당국이 그제서야 움직인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이 다르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면서도 “당국은 금융회사에게 일방적으로 금소법 시행에 대해 감내와 동참만을 강권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 여러 혼란이 벌어진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당국과 업계가 금소법 시행 상황반을 본격 가동하고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업권별 특성에 맞게 지침을 마련하는 등 당국에서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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