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코인베이스 상장 첫날 289억 이상 순매수기대·우려 공존···파월 “가상화폐는 투기수단” 견제“암호화폐 제도권 진입으로 엄중한 잣대 들이댈 것”
코인베이스는 전 세계 수많은 가상화폐거래소 중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한 거래소가 됐다. 월가를 비롯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이번 상장을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의 ‘주류’에 진입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로 환영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를 통해 코인베이스 주식을 4866만달러(약 543억원)어치 매수하고, 2274만달러(약 254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순매수 규모는 2592만달러(약 289억원)에 달한다.
코인베이스 거래 규모가 6개 증권사 집계 기준임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달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열기에 버금갈 정도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 첫날 국내투자자들이 3391만달러(약 383억원·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어치를 순매수한 바 있다. 코인베이스 거래 규모는 쿠팡의 상장 당일 거래액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상적인 개별 해외주식 종목 거래액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나스닥에 직상장된 코인베이스는 준거가격 대비 31.3% 폭등한 328.28달러에 장을 마쳤다. 완전 희석기준으로 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은 857억8000만달러(약 95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8년 자금유치 당시 80억달러로 평가됐던 기업가치가 3년 만에 10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너무 크고, 향후 각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외에 50개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대규모 거래소로 100여개국 5600만명의 고객이 이용 중이다. 올해 1분기 코인베이스의 추정 순이익은 7억3000만∼8억달러로 2020년 전체 이익 3억22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의 9배인 18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암호화폐가 급등함에 따라 개미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 거래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는 매출의 약 85%가 거래 수수료로 편중된 매출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 거래량은 비트코인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다. 지난해 말부터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자 거래량이 대폭 늘었지만, 암호화폐가 하락장에 접어들면 거래량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즉 코인베이스의 매출 역시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가격에 따라 급격하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리스크다. 코인베이스가 정식 상장회사가 된 만큼 미국의 규제당국은 이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가상화폐는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며 “결제수단으로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 원격 패널 토론회에서도 “가상화폐들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라며 가상화폐 ‘저격’에 나섰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 당국의 규제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과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질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요 논점”이라며 “비트코인의 랠리를 우려하는 일부 정치인 및 정부 부처 인물들은 테러 및 범죄 단체의 불법 사용 사례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암호화폐가 달러 약세를 유발하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다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만약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 효율적인 측면보다 부정적 입장이 계속 나오게 된다면 가격 측면에서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통용되는 화폐의 주도권을 잡은 중앙은행이 새 가상화폐를 용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통화정책과 규제에서 (가상화폐가) 벗어나 있는데다,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순간 자칫 법정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IT(정보통신기술), 디지털 활성화 측면에서 새로운 화폐 수요가 있다면 중앙은행 스스로가 만드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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