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숨진 A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96년 한 연구소에 입사한 A씨는 2019년 4월 회사 근처의 산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만 52세의 나이로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에 따른 다발성 장기 부전이었다.
유족은 A씨가 10개월 전 팀장으로 발령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린 점에 비춰볼 때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정도로 업무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A씨가 사망하기 전 12주간 주당 41시간 22분, 4주 동안 주당 46시간 56분, 1주 동안 44시간 11분을 각각 근무했는데, 이는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심장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52시간부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더 커진다고 평가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용부 고시는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고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팀장의 기술료 배분 업무는 연구개발자 수백명에게 성과를 나눠주는 것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어 A씨가 일부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며 "스트레스를 겪으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게 급성 심근경색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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