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쿠팡서 대표이사 이어 사내이사서도 사임김범석 총수 지정 가능성 원천 차단 의도설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 회피 목적도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 5월 31일 쿠팡㈜의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의장직을 내려놨다. 쿠팡㈜의 의장직은 강한승 대표가 이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김 의장은 뉴욕 상장 법인인 쿠팡Inc의 CEO 및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김 의장이 쿠팡㈜의 등기임원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러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특히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 지정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원천 차단하고 국내에서 법적 책임까지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등기임원이란 이사회 구성원이 되는 임원으로 법적으로 등기를 하도록 돼 있다. 이들은 법인을 대표하고 기업 경영에 법적인 책임을 진다. 김 의장은 쿠팡㈜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국내의 각종 법적 제재에서 자유로워지게 됐다.
문제는 김 의장이 쿠팡㈜ 등기임원직은 내려놨으나 여전히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김 의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쿠팡㈜는 쿠팡의 한국 법인으로 쿠팡의 실질적인 사업회사다. 김 의장이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쿠팡Inc는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곳이 바로 이 쿠팡Inc다. 김 의장은 쿠팡Inc의 지분 10.2%를 보유한 4대 주주이지만 차등의결권 때문에 76.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 의장이 쿠팡Inc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쿠팡㈜도 김 의장의 지배력 아래에 있다. 결국 김 의장이 쿠팡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서도 각종 제재를 피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쿠팡은 김 의장이 뉴욕 상장법인인 쿠팡Inc의 의장으로서 미국의 더 강력한 법적 규제 안에 있어 일각의 우려처럼 위법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만 존재하는 법적 제재들이 있고 김 의장은 국내 등기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임들을 회피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경영책임자 처벌이다.
김 의장은 이미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을 당시부터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올 초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법은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자에 책임을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명 피해 정도에 따라 징역 1년에서 7년, 10억원 이하의 벌금 등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이어 근로자 과로 사망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훗날 만에 하나 쿠팡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김 의장이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사내이사에서까지 물러났기 때문에 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 의장이 한국 쿠팡에서 물러난 것이 총수 지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쿠팡을 신규 대기업집단에 지정하면서도 쿠팡의 총수를 김 의장이 아닌 쿠팡㈜으로 지정하면서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쿠팡이 외국계 기업이고 김 의장이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총수에 지정하지 않았다. 총수는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매년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 관한 책임을 져야한다. 또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 행위 등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김 의장은 올해 총수에 지정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제재를 모두 피해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최근 공정위가 최근 이 총수 지정 제도를 손보기로 했고 내년에 김 의장이 다시 총수에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쿠팡과 유사한 사례로 2017년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네이버가 있다. 당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C)는 대기업집단 지정에 앞서 2016년 말 네이버 의장직을 내려놨으나 공정위는 그가 사내이사라는 이유로 총수에 지정한 바 있다. 쿠팡의 사례는 다소 다른 점이 있긴 하나, 최근 공정위가 제도 개선에까지 나선 만큼 김 의장의 총수 지정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물러난 것으로도 보인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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