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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지는 티몬···쏟아지는 매물에 주판 튕기는 장윤석

고민 깊어지는 티몬···쏟아지는 매물에 주판 튕기는 장윤석

등록 2021.07.15 10:03

수정 2021.07.15 10:12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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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상장 이끌던 전인천 사임 장윤석 체제 매각 선회매출액 줄고 경쟁력 부족 희망가 2조원 가치 증명 어려워“매각가 터무니 없어···타이밍 놓치지 않으려면 가격 다운 불가피”

고민 깊어지는 티몬···쏟아지는 매물에 주판 튕기는 장윤석 기사의 사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며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에서 매각으로 전략을 바꾼 티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쏟아지는 매물 사이에서 원매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티몬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가격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 이진원 전 대표의 후임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인천 티몬 대표가 한 달 만인 지난 6월 15일 돌연 사임했다. 전 대표 사임으로 티몬은 공동대표로 선임됐던 장윤석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전 대표는 그간 국내 증시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기업)을 추진해온 인물이다. 전 대표의 급작스러운 사임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티몬이 실적 부진으로 사실상 테슬라 상장이 좌초된 만큼 대주주들의 엑시트(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으로 계획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티몬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며 산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2조원이다. 업계는 티몬이 2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납득시킬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원매자 입장에서 티몬은 현재 동종업계에서 내세울 만한 경쟁력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티몬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야심차게 시작했던 ‘슈퍼마트’ 실패 이후 타임세일 등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흥행몰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매물로 등장해 신세계그룹 품에 안긴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20조원으로 네이버·쿠팡과 함께 ‘빅3’에 꼽히는 대어였다.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희망가로 5조원을 제시했다. 업계는 5조원은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은 뚜렷했다. 국내 이커머스 3위 사업자라는 타이틀과 유일한 흑자 기업이라는 수익성 측면이다. 어디든 이베이코리아를 차지하면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코로나19 직격탄에 경영이 악화한 인터파크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주요 핵심사업의 특성상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인터파크의 경우 공연, 티켓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해 압도적 1위라는 강점이 있다. 가격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편이다. 인터파크의 매각 대상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28.41%에 불과하다. 지분 일부만 매각하다 보니 매각 금액도 1600억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티몬은 코로나19로 인한 이커머스 호황에도 되레 매출이 급감해 성장성을 증명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티몬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12% 줄어든 1512억원을 기록했다. 티몬은 2015년 생필품 판매 채널 ‘슈퍼마트’를 론칭하고 4500여 종의 생필품을 직매입해 최저가에 판매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쿠팡이 촉발한 ‘빠른 배송’이 대세로 떠올랐고 쿠팡은 자금력으로 밀어붙이며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전략을 펼쳤다. 쿠팡처럼 지속적인 투자금을 쏟아부을 수 없었던 티몬은 2019년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펴면서 이 사업을 접었다. 그 결과 2018년 4972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9년 1722억원, 2020년 1512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확실한 강점도 없고 외형마저 줄어든 티몬의 매각가가 터무니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티몬이 원하는 매각가격은 2조원 수준이다.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매각 최적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희망 가격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티몬의 대주주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인 만큼 눈높이를 확 낮춰 엑시트를 시도할지는 미지수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2019년 롯데의 티몬 인수가 불발된 것 또한 눈높이 차이였다.

당시 티몬은 롯데에 1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결렬됐다. 롯데는 이커머스부문이 있어 티몬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지분 일부만 7000~8000억원 정도에 매수하길 원했던 것. 티몬은 거래액도 쿠팡(22조원)이나 이베이코리아(20조원)보다 현저히 낮은 4~5조원에 불과하다. 거래액 20조원인 이베이코리아 지분 80%가 약 3조4000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래액 4조원대의 티몬을 2조원이나 들여 사기는 턱없이 비싸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은 원매자들을 끌어당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티몬은 2019년 접었던 ‘슈퍼마트’ 브랜드를 지역 슈퍼 제휴 서비스로 개편해 다시 선보이는 한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뛰어드는 등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큰 이점이 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티몬이 슈퍼마트 사업을 접은 2019년 배달의민족은 ‘B마트’로 신선식품과 PB(자체브랜드) 상품 등을 30분~1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고 최근 쿠팡도 쿠팡이츠 플랫폼에서 2시간 이내 마트 상품을 배달해주는 ‘쿠팡이츠 마트’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배달앱 사업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양강구도가 고착화했고, 위메프는 지자체와 제휴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티몬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사업적으로도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대주주들의 엑시트를 위한 매각작업이 최우선시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매물로 나온 인터파크와 비교해봐도 인터파크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고 금액도 나쁘지 않지만, 티몬은 경쟁력도 떨어진 데다 지분 전체를 2조원이 넘는 금액에 넘기려는 상황이라 원매자들에게 매력도가 떨어져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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