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손실에도 아랑곳 않고 신규 호텔 출점 이어가 장기적 브랜딩 관점에서 투자···계열사와 시너지 기대 작년 10월부터 5개 신규호텔 오픈···총 9개 호텔 운영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17년 7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 외에는 2014년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706억원, 1442억원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누적된 적자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어 자구책을 찾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누적 적자와 신용등급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정 부회장은 오히려 사업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0월 신규 럭셔리 브랜드 ‘그랜드 조선’의 첫 호텔을 부산에 오픈했고, 포포인츠 명동과 그래비티 호텔을 추가로 열었다. 올해 1월에는 ‘그랜드 조선 제주’, 5월에는 강남에 ‘조선 팰리스 강남’까지 총 5개의 호텔을 오픈했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전국에 호텔이 4개밖에 없었던 조선호텔앤리조트는 1년 만에 중저가형 비즈니스호텔부터 럭셔리호텔까지 운영 호텔을 9개로 늘렸다.
정 부회장은 막대한 자금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지분 99.96%를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를 통해 지난해에만 약 2800억원의 자금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투입했다. 올해도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이마트가 보유한 906억원 규모 소공동 건물(토지포함)을 현물출자 받기도 했다.
올해 초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사명을 바꾼 것도 호텔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신세계’를 떼고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법인명을 바꿨다. ‘신세계’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독자 호텔 기업’으로 브랜드를 강화하고 전문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정용진 부회장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호텔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위축된 시기를 오히려 외형 확장의 기회로 봤기 때문이다. 특급호텔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시기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회복할 수요를 노리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여러 차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담대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호텔사업과 기존 계열사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정 부회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 채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최근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복합 체험형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쇼핑, 야구, 레저 등 신세계가 영위하는 다양한 사업과 호텔사업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근 계열사 쇼핑몰과 호텔을 연계한 사업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스타필드 사업을 진행하는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조선팰리스 호텔 건물에 복합상업시설 ‘더 샵스 앳 센터필드’를 열었다. 이곳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 외에 처음 선보이는 복합상업시설로, 인근 직장인과 주민 외에 조선팰리스 투숙객을 겨냥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호텔사업은 빠르게 결과가 나타나는 일반사업과 흐름이 다른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사업”이라며 “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시기가 안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브랜딩을 위해서는 지금이 투자에 적기라고 생각해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day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