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6년부터 탄소국경제 전면 도입 포스코·현대제철 ‘관세 폭탄·수출 경쟁력’ 우려정부, EU와 협상 불가피...감면조항 등 따내야“기업들 탄소배출 감축 노력 동반”
EU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인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등 5개 분야에 우선 1차적으로 적용해 3년의 전환기간(시범운영)을 거쳐 2026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출품은 일종의 관세 역할을 하는 탄소국경세 인증서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비용 부과방식은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탄소국경세를 받아 유럽의 철강재 원가경쟁력 열위를 상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중국, 한국 등 주요 수출국은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EU가 철강 등에 탄소국경세를 도입한 배경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환경규제 없이 생산해 EU에 진입하는 철강재와 공정한 경쟁을 위해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로의 비중이 EU 전체 조강 생산의 42%에 달해 전세계 평균 26%를 크게 상회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큰 영향권에 들어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2023~2025년까지 EU로 수출하는 제품에 한해 이산화탄소 배출(직접 배출만 해당)을 보고해야 하고, 2026년부터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탄소국경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로를 사용하는 동국제강과 달리 고로를 사용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주원료로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 철강산업 탄소배출은 국내 전체의 17% 선으로 추정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6년 제도 도입 시행 이후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탄소국경세가 매년 3조7000억원(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고스란히 탄소국경세로 토해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연결 영업이익은 약 2조5000억원이었다.
현재 국내 철강기업은 제도 시행 후엔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은 도전적인 이슈이지만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철강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EU향 비중이 크지 않아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EU는 철강 역외 수출 2300만t, 수입 3300만t으로 순수입은 1000만t 규모여서 철강 총량 관점에선 자급자족에 가깝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한국이 유럽으로 보내는 철강 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13%, 생산량의 5%에 불과하다”면서 “스테인레스와 합금강 등 일부 품목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발표는 무역장벽 강화를 예고한 것인 만큼 향후 우리 정부의 역할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5일 오후 3시 박진규 차관이 주재한 탄소국경세 영향 관련 긴급 점검 회의에 본부장급 임원이 참석했다. 회의에선 탄소 배출량이 많은 EU 수입품은 추가 비용이 들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내용 등을 다뤘다.
특히 철강사들은 유럽 시장으로 자동차 강판을 수출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물량을 더 줄일 수는 없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등) 개별 기업이 관세 부과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탄소국경세 시행 이전에 정부가 적극 협상에 임해 한국이 예외 적용을 받는 방법 밖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EU 물량이 이중과세가 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다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철·철강의 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1조7400억원),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집계했다. 2019년 대비 수출액은 28% 줄었고 물량도 20% 감소했다. 철강재의 경우 EU에서 세이프가드(수입규제 조치)를 했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물량은 이미 줄어든 만큼 규제가 풀리면 향후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산업계에선 배출권거래제 및 RE100(재생에너지 100%),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을 충분히 전달해 EU와 동등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실장은 “한국은 EU와 마찬가지로 배출권거래제도를 하고 있고 철강재를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량이 EU에 크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환경 규제가 없는 나라(중국, 인도 등)에 비하면 감면을 받을 여지가 있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기업 측면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은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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