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으로 ‘코로나19 장기화’ 대비은행은 금융·생활서비스 엮은 ‘슈퍼앱’ 구축보험은 가입부터 보상까지 ‘전면 디지털화’마이데이터 시행에 중심축 ‘소비자’로 이동“헬스케어 등 신규 서비스 발굴에 힘써야”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2년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변곡점을 맞은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산업에서 확산된 비대면 거래 트렌드가 보수적 성향을 띤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고, IT와 금융의 경계를 허문 융합신산업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금융 밸류체인’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가 쥐고 있던 업의 주도권도 차츰 소비자로 넘어가고 있다. 과거엔 소비자가 은행별 대출금리를 비교해가며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골라야 했다면, 이제는 은행이 먼저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시해야 한다. 금융권에도 이른바 ‘초개인화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금융권이 더 깊이 고민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은행·보험·증권 서비스 하나로···‘슈퍼앱’ 등장 초읽기=이러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금융사의 서비스 플랫폼화다. 오랜 기간 쌓은 금융정보와 노하우를 집약해 디지털 종합 영업 시스템을 갖추려는 행보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앱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오는 10월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 앱 통합 작업에 한창이다. 이용률이 저조한 서비스를 묶어 최소 2개의 가벼운 앱으로 플랫폼을 재편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서는 ‘스타뱅킹’을 업그레이드하고 ‘리브’ 앱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용 플랫폼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민은행은 단순히 앱 숫자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계열사와 공공기관, 핀테크 업체와 연결할 수 있는 확장형 종합 플랫폼 토대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엔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의 모든 비대면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KB모바일인증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쏠(SOL)’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하도록 한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그 일환으로 6월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9곳의 계좌를 동시에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나아가 신한은행은 ‘쏠’을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 플랫폼 ‘쏠랜드’와 전기차 시세 조회, 실손보험 청구 서비스 등을 앱에 얹었고 12월엔 음식배달 서비스까지도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라이더 전용 대출 상품과 매출 대금 기반 대출·선정산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내놓은 ‘뉴 하나원큐’로 ‘슈퍼앱’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도의 앱을 따로 다운받지 않고도 한 곳에서 그룹 관계사의 주식·카드 거래와 보험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경을 구현한 바 있어서다.
아울러 하나은행 역시 하나원큐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사고 이력 조회와 정비 정보까지 제공하는 개인간 중고차 거래 서비스, 병원과 진료데이터를 연계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도 통합 디지털 플랫폼 설계를 위해 손을 잡았다. 보험과 카드, 증권 등 각각의 금융 정보와 노하우를 결합해 플랫폼을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형태나 목표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각 계열사 이용자의 정보를 모은 이른바 삼성 금융 통합 앱이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회사가 서비스 플랫폼화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 금융 특유의 무겁고 고루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초개인화 서비스’의 밑바탕도 다지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금융사 입장에선 정교한 상품을 준비하려면 보다 많은 정보를 모아 입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은행·카드·증권·보험 업무를 하나의 앱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 초개인화 트렌드에 가까운 서비스 모델로 여겨진다.
◇업무 체계부터 사고방식까지···민첩한 영업태세 구축=이와 함께 금융권은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환경에 맞춰 민첩한 영업태세로 전환하려는 포석이다. 게다가 완벽한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려면 구성원의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유연한 업무환경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이들은 진단한다.
이러한 행보는 보험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주요 보험사를 중심으로 스마트 기기 기반 청약과 신계약 심사 절차 등을 도입함으로써 가입부터 보상에 이르기까지 서비스를 전면 디지털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작년 10월 디지털 영업 채널인 ‘라이프(LIFE) MD’를 론칭했다. 설계사 모집과 교육, 활동 등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높은 금융 이해도를 가진 프로슈머가 직접 보험 상품을 설계해 판매 수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은 물론, 비대면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 설계사 자격획득도 돕는다. 판매채널을 다각화하고자 이를 기획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전국 창구에 종이 없는 전자 문서 업무 환경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품 가입과 보험금 청구를 비롯한 업무를 전자문서로 처리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종이서류를 전자 기기로 작성하게 하고 영수증 등 업무 처리 결과에 따른 결과물은 모바일로 전송되도록 한다.
7월 출범한 신한라이프도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시작부터 종결까지 모든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휴대폰으로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사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는 이미 옴니청약 서비스를 구축했으며 TM(텔레마케팅)과 관련해서도 자택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신한생명과 통합 전 오렌지라이프 차원에서 준비해온 과제를 한 단계 발전시켜 디지털 기반의 가상 지점도 오픈한다.
NH농협생명의 경우 내년 3월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TM보험 스마트 고객확인 서비스’를 실시한다. 보험상품 모집인의 전화 설명을 들은 뒤 모바일로 상품 내용을 보고 가입하는 서비스다. 모집인은 소비자 확인과 상품 가입권유 단계를 거쳐 모바일로 보험계약 서류를 전송한다. 소비자는 이를 확인하고 전자서명 등을 해 언제 어디서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업 전망을 담은 3월 보고서에서 “금융회사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선 채널의 디지털화로는 부족하며, 상품·서비스의 차별화와 내부 조직·인사, 기업문화 등 자산적 혁신이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금융시스템 아래선 장기적으로 디지털 조직과 리스크 관리 백오피스의 업무역량을 재편·강화하는 게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등 이색 서비스로 접점 확대=이밖에 보험업계는 본업 외에 디지털 헬스케어나 운전습관 교정과 같은 이색적인 서비스를 확보하는 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으로 대면 영업이 제한된 가운데 소비자를 끌어 모으고, 이를 통해 사업을 보완한다는 취지에서다.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인공지능 기반 홈트레이닝 ‘하우핏’과 모바일 건강진단 서비스 ‘마이바디’를 내놨다. 각각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비자의 운동 자세를 교정하고, 생활·운동습관 등 설문 결과와 체중·체지방량·체지방률 등 건강데이터를 측정해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준다.
손보업계는 데이터로 운전자의 주행습관을 수치화한 뒤, 보험료를 산정하는 운전습관연계보험(UBI)을 판매 중이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가 SK텔레콤의 티맵이나 현대자동차 블루링크와 연계한 ‘UBI 특약’을 취급하고 있다.
또 KB손보는 현대기아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교통 빅데이터 기반 UBI 개발에 착수했고, 현대해상도 현대차그룹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 ‘디벨로퍼스’를 활용한 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들 회사가 각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 회사와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함이다. 서비스 중 얻은 데이터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고, 연령별 건강 정보와 운동 습관 등을 보험료율에 반영할 수도 있어서다.
금융연구원은 연초 펴낸 보고서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저금리·저성장 장기화로 금융권은 수익 모델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면서 “기업 제휴를 늘리고 자산관리와 생애금융, 사고예방 서비스 등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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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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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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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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