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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가 키운 ‘나라 곳간’ 논란···코로나 이후 위기가 온다면?

[NW리포트]홍남기가 키운 ‘나라 곳간’ 논란···코로나 이후 위기가 온다면?

등록 2021.09.10 14:55

수정 2021.09.10 15:24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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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비중 선진국 절반 수준···재정수지도 건전2026년 채무비율 69.7%···비기축통화국 중 3번째빠른 재정 악화 속도 조절해야···재정준칙 도입 시급

홍남기가 키운 ‘나라 곳간’ 논란···코로나 이후 위기가 온다면? 기사의 사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나라 곳간’에 대한 발언을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홍 부총리는 6일 국회 예결위에서 “곳간이 비어간다”고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한국 재정은 선진국에 비해 탄탄하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홍 부총리가 재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해석하고, 반대편에선 재정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국가 재정 상황을 두고 말을 번복했다는 지적에 “초지일관 메시지를 드렸다”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가 최근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국가채무의 절대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된다. 어느 나라보다 가장 양호하다. 다만 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서 우려하는 대내외 시각이 많아 그런 측면도 경계하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에 재정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줄곧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

◇확장재정 불가피···재정건전성 양호=정부는 대내외 경제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경기를 안정시키거나 부양하기 위하여 재정정책을 사용한다. 과거 경제위기 중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정책은 초기 긴축에서 후에 확장 기조로 전환했지만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금융위기의 경우는 금리 인하와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추진된 구조개혁 조치들로 전반적인 경제 효율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여건 및 위기의 발생 원인에 따라 정부의 재정정책 대응에는 차이가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위기와 취약계층을 고려하면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경제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이견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31일 내놓은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총 604조4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 편성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올해 956조원에서 내년 1068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도 올해 47.3%에서 50.2%까지 늘어난다.

그래도 선진국에 비해선 크게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2019년 기준 GDP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42.1%다. 미국(108.4%), 일본(225.3%), 유럽 주요국인 프랑스(124.4%), 스페인(117.3%), 영국(108.4%) 등은 100%를 넘었다. OECD 평균인 110.0%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독일이 68.4%로 평균보다 낮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20%p 이상 높은 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GDP대비 비중도 2018년(1.6%), 2019년(-0.3%)에서 2020년(-3.7%), 2021년(-4.4%)로 훌쩍 뛰었다. 내년 예산안 기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규모는 55조6000억원이다.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2.6%로 집계됐다.

다만 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서는 재정수지도 건전한 수준이다. 내년 예산안 기준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평균 -6.0%로 우리나라보다 -3.4%포인트(p) 적자 폭이 크다. 경기회복세도 빠른 편에 속해, 세입 여건도 개선되면서 재정수지도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올해 -4.4%까지 확대됐지만 2025년에는 -3.0% 수준까지 관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번복 논란 이후 8일 오후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우리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OECD, G20 국가의 절반 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절대 수준으로 보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양호하다는 평가를 누누이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며 IMF 위기도, 글로벌 위기도 겪었지만 코로나19 위기 때와 같이 대외안정성이 유지된 적은 없었다”며 “심지어 지난해 6월에는 유럽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하기도 했는데 이게 바로 외국에서 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채무’ 빠른 증가 속도는 우려=나랏빚 증가 속도에는 주목해야 한다. 홍 부총리는 ‘곳간이 비었다’는 발언에 대해 “코로나19 위기를 맞으면서 다른 나라의 (국가채무도) 크게 늘었지만 우리 국가채무 비율이 조금 빠르게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건전성 측면에서 경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914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첫 9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포함 965조3000억원인 국가채무는 내년에 1068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2%로 사상 첫 50%대를 기록하게 된다. 기재부는 4년 뒤인 2025년 국가채무가 1408조 5000억원으로 GDP 대비 58.8%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30%대를 유지해왔다가 현정부 들어 껑충 뛰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채무비율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현재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때도 국가채무 비율은 3%포인트대가 높아지는 데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2021년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채무비율은 2026년 69.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42.2%에서 7년 새 27.5% 포인트나 상승한다. IMF가 제시하는 채무비율은 ‘중앙+지방정부 채무’(D1)에 비금융 공공기관 채무까지 더한 개념(D2)이다. 한국의 2026년 채무비율 전망치를 OECD 회원국(38개)과 비교했을 땐 18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비기축통화국인 15개국만 놓고 보면 3번째로 높다. 한국의 2026년 채무비율(69.7%)은 아이슬란드(77.5%)와 코스타리카(71.9%) 다음이다.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대외신인도 관리가 중요한데 비기축통화국 채무비율은 50%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비기축통화국은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제한적이라 기축통화국보다 채무비율이 낮아도 가산(프리미엄) 금리가 상승하는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국가채무를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5월 한국 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 한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로 국가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며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지난 7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가 재정 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8일 예결위에서 “국가채무에 대한 경계 때문에 지난해 재정준칙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1년간 논의되지 않은 사실이 안타깝다”고 꼬집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재정준칙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은 코로나19 사태로 급속히 풀었던 재정을 정상화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거나 가동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 사태 종료 뒤에는 재정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 시 경기 부양에 쓸 ‘재정 여력’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프리 프랑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7일 기재부와 KDI가 개최한 ‘2021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 신호에 따라 세계가 금리를 올릴 수 있으니 한국도 지금의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은 한 번 늘려 패턴화해 놓으면 줄이기가 어렵다. 그리스같이 재정위기가 왔던 국가들도 국가채무비율이 원래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면서 “큰 위기가 지나가고 경제가 정상화로 가고 있는 흐름을 감안해 내년에는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고령화 등 앞으로의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증가 속도를 경계하는 것”이라며 “외환위기 당시에는 튼튼한 재정을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 재정 악화를 방치 시엔 외환위기보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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