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리포트]2021 국내증시 공모주 시장 결산올해 신규상장 종목 중 36.8%, 공모주보다 주가 하회코스피 ‘따상’ SK바사 유일···뭉칫돈 쏠린 대어들 부진‘공모주 광풍’ 탔던 동학개미, 연이은 희망고문에 탄식증권가 “공모가 안정기···몸값 낮춘 기업들 주목 필요”
남은 올해 두 달 중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등장할 대어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6일 공모 청약을 마친 카카오페이가 올해의 마지막 IPO 대어로 꼽힌다. 공모주 시장의 막바지에서 지난 한 해의 성적표를 돌아보면 투자자 처지에서 그저 씁쓸할 뿐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로 상장한 리파인까지 총 76개 종목(스팩·이전상장 종목 제외)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새롭게 등장했다.
스팩주와 이전상장주를 포함한다면 총 105개 종목이 새로 상장됐고 오는 11월에도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8개 종목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상장 종목 수가 106개인 것을 고려한다면 지난해보다 IPO 시장의 규모는 분명히 커졌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종목이 모두 쾌재를 부른 것은 아니다. 29일 종가를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상반기 상장 종목 40개 중 30.0%에 달하는 12개 종목은 공모가보다 오히려 낮은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하반기 상장 종목은 더 처참했다. 신규상장 종목 36개 중 44.4%인 16개가 공모가보다 못한 주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총 76개 종목 중 3분의 1 이상인 28개 종목은 최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상황이다.
76개 순수 신규상장 종목 중에서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후 상한가 기록)’을 달성한 종목은 전체의 18.4%인 14개 뿐이었다. 이 중 코스피 상장 종목은 지난 3월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했고 나머지 13개 종목은 모두 코스닥 종목이었다.
특히 크래프톤, 롯데렌탈, 현대중공업 등 다수의 투자자가 유입됐던 대어급 종목은 일제히 따상에 실패했다. 특히 크래프톤과 롯데렌탈은 현재도 공모가보다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따상 후에도 이틀 더 상한가를 친 ‘따상상상’ 종목은 7월 27일 상장한 맥스트가 유일했다. 공모가가 1만5000원이던 맥스트는 29일 6만5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기준 3개월간 수익률이 무려 338.0%에 달한다. 그러나 이만큼 대박이 난 종목은 더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공모주 시장이 기대와 달리 냉랭한 흐름을 보이면서 동학개미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개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가가 내려앉은 지난해 3월 이후 본격적인 주식 투자 행렬에 나섰다.
특히 넘치는 유동성 현금이 증시로 몰려들면서 올해 초 SKIET(81조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 현대중공업(55조9000억원) 등 수십조원의 공모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것처럼 상장일 기준 수익률 160%인 ‘따상’을 기록한 종목이 14개뿐이고 오히려 28개 종목은 공모가보다 주가가 거꾸로 간 탓에 실제로 거액의 현금을 주머니에 챙긴 개미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시장 분위기 악화에 상장을 포기하거나 몸을 잔뜩 사린 기업도 있다. 11월 상장을 목표로 했던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지난 21일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고 오는 4일부터 청약이 예정된 SM상선의 최대 몸값은 예상 기업가치(4조원)의 절반 수준인 2조1153억원으로 낮췄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동학개미들의 증시 유입과 공모주 투자가 여전한 것은 증시가 적은 자본으로 확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고 신규상장 이후 적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에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이어서 증시 상장을 추진한 탓에 가치의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등이 너무 높은 공모가를 적어내며 문제로 지적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 시장은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대장주를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어급 IPO 종목이 연초부터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IPO 시장이 고점을 탈출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논란이 여전해 내년 시장이 활황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다만 새해까지 미뤄서 볼 것이 아니라 올해 안에 단기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실제 월별 신규상장주의 주가수익률 평균을 살펴보면 연말을 향해 갈수록 높다”며 “낮은 공모가로 상장하는 기업들을 좋은 투자 기회로 삼는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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