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난항·해운사 과징금’ 두고 부처 이견에 피로도 누적조성욱 “‘공정거래법’ 원칙대로 판단, 공정위 독립성 지킬 것”
그런데 요즘 공정위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할많하않’이란 속어가 떠오른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뭐만 하면’ 여기저기서 태클이 걸리는 상황에 공정위는 차라리 말을 아끼는 쪽을 택하고 있다.
우선 해운사 과징금 논란을 보면 공정위는 지난 5월 해운사들의 운임 담합을 적발하고 약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곧장 업계의 반발로 이어졌고, 해양수산부까지 ‘해운법’을 근거로 해운사 감싸기에 나섰다. 이들은 해운업 특성상 운임 담합은 오래된 관행일 뿐더러 해운법에도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의 제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공정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대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오랜 관행을 떠나 담합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면 엄연한 불공정거래로 규명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해운사들은 화주들을 배제하고 해운사들끼리 운임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후 개별 회사차원에서 운임 인상을 각 화주에 통보했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운임 협의 과정에서 화주들의 반대로 가격 인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해운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담합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시장의 특수성을 모른다 하더라도 법대로 처리한 공정위 입장에선 제재 결정을 철회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온플법 이슈도 마찬가지다. 온플법은 1년이 넘도록 업계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중복 규제 논란부터 이제는 학계까지 나서 온플법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역시 공정위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오프라인 규제와 같이 온라인 규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공정위가 주장하고 있는 온플법은 플랫폼 전방위 부분을 관여하는 것이 아닌, 입점 업체와의 불공정 계약,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게 골자다.
플랫폼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는 공정위가 하고, 방송·통신 영역처럼 특수성이 필요한 부분의 경우 방통위가 맡는 형식인 셈이다. 실제 공정위가 지난 1월 제출한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중개거래 계약 기간, 변경 및 해지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불만스러운 눈치다. 공정위가 온라인 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것은 물론, 관련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을 추진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불만에 공정위는 체념한 듯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지난해부터 관련 업계와의 논의를 시작으로 약 10여차례 공식 간담회와 공청회를 진행해왔다고 맞섰다.
‘경제 검찰’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공정위의 각종 결정에 지지보다는 질타가 비일비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기업을 제재하고, 민생 법안을 개정하는 과정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수차례 조사와 심의를 거쳐 과징금 수위를 결정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정거래법도 적절한 때에 맞춰 업그레이드된다.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는 일부 기업들의 주장이 마냥 틀렸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결국 공정위는 모든 사안에 대해 ‘법대로’ 처리하고 있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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