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없애면 단타천국 전락하고 증권사 배만 불릴 것”전문가 “증시 발전방향 아냐···공매도 제도개선 구체화했어야”대안 낸 동학개미 “개인양도세 낮추고 증권거래세는 올려야”
윤 후보는 지난 27일 증권거래세 폐지,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윤 후보는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성장의 과실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국민들께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공정한 시장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개인투자자 세제지원’을 위해 증권거래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3년 도입될 개인투자자 대상 주식양도소득세와 겹치면 이중과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동학개미들은 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28일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반기는 개인투자자도 일부 있겠지만 결국 달콤한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국내 주식시장은 단타 비중이 높은데, 거래세가 폐지된다면 단타천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국계 증권사들이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빈도 매매와 단타매매를 활성화시키면 개인투자자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은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생각 역시 개인투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학개미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면 거래세 폐지가 아닌 공매도 제도개선 등을 들고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잦은 매매를 제한해 장기적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고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장기적 자본시장 발전 방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증권거래세를 높이고 주식양도세를 낮추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싶었다면 구체적인 공매도 제도개선안을 발표하는 것이 맞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의 공약에 담긴 ‘공매도 서킷브레이커’ 도입도 근본적인 공매도 제도개선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서 교수의 생각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2023년 도입될 개인 주식양도소득세(금융투자소득세)의 전면 과세를 철회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0.05% 가량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평등한 조건으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없고, 세수 예측도 양도세보다 훨씬 용이해서다.
또 동학개미들은 세금 회피를 위한 해외 이탈이 우려되는 주식양도세에 비해 세수 확대 효과도 크다고 보고 있다. 정의정 대표는 주식양도세로 최대 27.5%의 세금을 낸다면 개인 큰 손을 비롯해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로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개인 양도소득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가만히 앉아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감세 혜택을 받는 대신 개인은 양도세 증세분과 외국인‧기관의 거래세 감소분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며 “개인 양도세 전면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폭발적인 거래 증가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폭증할 금융투자업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투자금액이 적은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양도세에 찬성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며 “양도세 적용으로 큰 손들이 우리 증시를 떠나가면 주가 하락과 시장 침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리와 시장규모가 비슷한 대만도 지난 1989년 주식양도소득세 강행 후 1개월 만에 지수가 40% 가까이 떨어지자 과세를 철회한 바 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주식양도세 철회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선진 시장에 맞는 조세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이처럼 과세를 놓고 대선후보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당분간 사회적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동학개미를 대표하는 한투연은 민심을 최대한 공약에 반영하는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로 한 상태다. 한투연은 각 후보별 자본시장 관련 공약들의 보완 여부를 지켜본 뒤 향후 지지후보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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