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강한 조직개편 속 예산 증액까지 훨훨원장 임기 정권 따라 갈리지만···“좌고우면 없어”“디지털 전환 방점 속 젊은 직원 내부 평가 후해”
5일 금융권 목소리를 종합하면 일각에선 정은보 원장의 조직개편을 통한 조직 장악과 예산확보를 통한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취임 직후부터 현안에 밝고 이미 취임 이후 어떻게 금감원을 끌고 가겠다는 구상을 하고 온 것처럼 보인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며 “금융위와 관계 회복을 한 게 가장 큰 동력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지난달 30일 부서장 인사에서 보직자 79명 중 70명을 바꾸며 임기 첫 연말 인사에서 고삐를 조였다. 인사 시기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진행해 어수선한 연말 연초 분위기를 다잡고 새해부터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연말에 이미 임원과 부서장을 바꾼 금감원은 조만간 있을 팀장과 팀원 등 실무진 인사만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 금감원 예산이 3973억원으로 전년보다 8.6% 증가해 5년 만에 최대 증액을 달성한 것도 청신호다. 금감원 예산은 2017년 12.6% 증가세를 보인 적이 있지만 채용 비리 등이 얽힌 뒤 2018년(-1.1%)과 2019년(01.9%) 연속으로 삭감됐다. 지난해와 올해 증액도 각각 2.1%와 0.8%에 그쳐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증가세는 기록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선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원장이 행정고시 28기 동기인데다가 재무부 사무관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는 공통분모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두 사람 모두 금융위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고 비슷한 시기에 금융당국 수장으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이미 사전 교감이 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정 원장과 고 위원장 모두 취임 이후 줄곧 시장 친화적인 행보를 하며 ‘사전 예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입을 모아 추진 배경을 설명한 가계부채 억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일각에선 대권과 관계없이 정은보 원장의 임기가 일정 수준 보장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는 1999년 금감원 탄생 이후 역대 12명의 원장 중 3년 임기를 마친 사람이 윤증현(5대), 김종창(7대), 윤석헌(13대) 원장까지 단 3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오는 예측이다.
그간 사상 초유의 3개월 넘는 ‘금감원장 공석’ 사태를 깨고 지난해 8월 6일 취임한 정은보 원장을 두고도 “정해진 3년 임기가 아닌 다가오는 3월 대선 직후까지”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뚜렷했다.
하지만 정 원장이 취임 직후 임원 14명에게 전원 사표를 요구하고 최근 발 빠른 대폭 물갈이 형태의 연말 인사와 예산 증액을 포함한 금융위와 호흡이 잘 맞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원장이 최근 ‘디지털’에 방점을 찍고 조직 쇄신에 나아간다는 점에서도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평가가 후하다는 뒷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감원의 예산 증액분은 디지털 부서를 확대하고 관련 인력을 투입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획재정부를 두고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 때마다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기재부 젊은 직원들이 은연중에 반긴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5년 사이 금감원 신규 채용은 2017년 97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가 2018년(66명), 2019년(71명), 2020년(83명)으로 계속 규모가 줄었다. 반대로 무기 계약직은 2017년 채용이 없다가 2018년(1명), 2019년(16명), 2020년(49명)으로 계속 늘었다.
금감원 사정을 잘 아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 예산 부족에 더해져 내부에서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특히 젊은 실무진 사이에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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