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채권만기일에 촉각···경제 도미노 현상 우려 지난해 11월 기준 생보사 외화유가증권 100조↑총 자산 대비 비율 동양생명이 21%로 가장 높아"리스크 확산·변동성 확대로 해외투자 줄어들 듯"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러시아 채권을 다량 보유한 독일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이 1차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도미노처럼 미국 월가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보험사가 보유한 증권이 러시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데다, 대부분 장기 채권이라 우려보다는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럽 금융권 역시 러시아의 디폴트가 국제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우리 금융당국도 상황을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104조9436억원이다. 지난해 9월 외화유가증권 규모가 99조원이었던 데 비해 약 5.8% 늘어난 수치다. 이는 몇 해 동안 유지된 초저금리 영향으로 국내 장기채 투자만으로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게 된 보험사들이 해외 장기 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회는 지난해 5월 이같은 보험사의 해외 투자 니즈를 반영해 보험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보험사는 총 자산의 50%(기존 30%)까지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올해 상반기 해외투자 규모가 집계되기 전이지만 이같은 기조로 미루어 볼 때 보험사 보유 해외자산은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보면 삼성생명의 해외유가증권 규모(21조3296억원)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교보생명(19조263억원), 한화생명(17조1028억원), NH농협생명(11조4839억원), 동양생명(7조5641억원), 신한라이프(3조9689억원) 순이다.
규모는 삼성생명이 가장 크지만 총 자산 대비 해외유가증권 비율은 동양생명이 가장 높다. 동양생명의 해외유가증권 비율은 총 자산(36조원)의 20.83% 수준이다. 2위는 NH농협생명 17.5%, 3위는 교보생명 16%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한화생명(13%), 삼성생명(6.7%), 신한라이프(5.5%)가 이었다.
문제는 최근 러시아발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정상화 기조가 더해져 해외자산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국제적 위험성이 깔린 상황에서도 올해 6~7회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라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변동성이 커질 경우 보험사들은 환율 등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스왑 등을 체결 등의 방법으로 헤지리스크를 관리하는데, 달러가 강세인 시장에선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한 환헤지 비용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 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사의 해외 채권 조달 비용도 증가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업계는 해외투자 비중을 줄여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헙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일 때와 다르게 현재 금리 인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해외투자 한도 규제가 느슨해진 것과는 별개로 러시아발 경제 위기,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전략적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발 해외자산 리스크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직접적으로 러시아 채권을 보유한 곳이 거의 없는 데다, 현재 러시아 증권은 이미 디폴트 상황을 반영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추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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