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끝나면 대행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한국은행 차기 총재 인선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에서다. 총재 공백이 발생하게 되면 이승헌 부총재가 총재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총재 공백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현재 금융시장이 그 어느때보다 불안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미 달러화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차질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률은 3%대를 웃돌며 우려를 높이는 상황이다.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크플레이션' 공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장 다음달 금통위가 총재의 부재 속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금통위가 의장(총재) 부재 속에서 열린 적은 한 번도 없는 만큼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게 중론이다. 여전히 기준금리가 완화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금통위 내부에서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에서다.
한은 측은 총재 공석이 통화정책 결정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를 수 있다. 시장과의 소통을 활발히 하며 예측가능성을 높여온 한은의 그간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금통위 후 간담회를 통해 통화정책 결정 배경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소수 의견을 내거나 정책 성향이 확실한 금통위원들이 시장과의 소통을 얼마나 기민하게 해낼지 미지수다.
금통위는 오는 24일 회의에서 4월 1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의장 직무를 대행할 위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직무대행 위원은 서영경 위원(2021.10.1∼2022.3.31)이며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결국 총재의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와 차기 정부를 꾸릴 윤 당선인과의 실무적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총재 임명이 늦어질 수록 차기 총재의 어깨는 더 무거워 진다.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을 목표로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실기(失期) 논란에 시달려야 하는 것도 차기 총재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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