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삼성·금호 등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감시 총수 고발 강행 지난해 정규조직 승격했지만 '대기업 저격수' 위상 격하되나 '뒷말'
기업집단국은 문재인 정부 초기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출범시킨 조직이다. 출범 이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대기업 불공정행위 감시에 힘을 쏟았다. 지난 5년 간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등을 감시하며 각종 제재와 총수고발을 강행했다.
지난해 기준 공정위의 의결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4년 동안 대기업을 상대로 부당지원·총수일가의 사익편취(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 등 총 28건을 제재했다. 이 중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건수가 총 17건으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행위의 행위 주체인 법인과 행위를 주도 또는 인지한 총수 또는 임원진 등이 고발 대상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하이트진로·네이버·효성·금호 등 굵직한 기업들의 총수와 임원 등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기업집단국은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정규 조직으로 승격됐다. 최근에는 카카오·네이버·쿠팡 등 플랫폼 신흥 재벌들의 '갑질'에 칼을 빼 들며 기업집단국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율규제 공약을 약속한 차기 정부에서는 기업집단국의 힘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수차례 '친기업' 행보를 예고하고, 각종 기업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이야기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1일 경제6단체장을 만나 친기업 기조를 다시금 피력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며 "공무원들이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하려하고 갑질을 하면 바로 전화하시라. 그것만큼은 내가 바로 전화를 받겠다"고 전했다.
때문에 공정위도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과도한 규제는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제 막 정규 조직으로 승격된 기업집단국의 역할이 지금처럼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앞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꾸려지면서 '공정위 홀대론'이 한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공정위에서는 구성림 지식산업감시과장 1명만 인수위에 파견됐기 때문이다. 6명을 파견한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 비교해 공정위 파견 인원이 적은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친기업을 내세우며 공정위의 권한이 축소됐던 이명박 정부 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공정위를 둘러싼 갖가지 뒷말에 휘둘리기보다는 윤 당선인의 국정 기조에 맞춰 '공정위 내부 관행'도 합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기업과 소통을 가로막는 규제는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현행 법인 '외부인 사적접촉 금지제도' 등이 있다.
이 제도는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시절 민간 기업 등에 근무하는 공정위 전관들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로, 기업 임직원과의 개별 접촉을 모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다. 공정위 내부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이후 공정위의 기업 사이의 소통이 거의 차단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처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기업의 불공정행위 감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되 기업과의 소통 강화도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며 "공정위 자체적인 제도가 불합리적이라면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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