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 들어서며 보험사 RBC비율 '뚝'올해 상반기 유상증자·증권발행 사상 최대'채권발행→고금리 부담'에 부동산도 매각 중"美금리상승 이어지며 관련 고민 깊어질 것"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수치로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상 100%만 넘기면 문제가 없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다수 보험사의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15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기평은 1분기 금리상승에 따라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평균 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DGB생명과 NH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DB생명, KDB생명, 흥국생명의 RBC비율이 권고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보험사들은 RBC비율 유지를 위해 유상증자와 자본성증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총 발행액은 4조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는 6000억원,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2조3000억원 가량으로 지난 2017년 상반기(2조1990억원) 이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 NH농협생명이 자본확충에 가장 적극적이다. NH농협생명은 올해 총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자본성증권도 8300억원 발행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자본성증권 2500억원을 발행했다. DGB생명도 950억원, 흥국생명·푸본현대생명은 각각 500억원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시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13일 296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코리안리재보험은 5월 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한화생명은 내달 최대 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KB손해보험은 다음달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채권발행을 통한 건전성 재고가 수익성 악화를 불러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채권 발행을 통해 RBC비율을 유지하거나 올린다고 하더라도, 연 4~5% 안팎의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만큼 보험사의 수익 기반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이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팔아 자본확충에 힘쓰고 있다. KB손보의 경우 서울시 합정빌딩, 경기 구리빌딩, 수원빌딩, 대구빌딩, 경북 구미빌딩 등 5개 부동산을 팔아 50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천안빌딩과 제주, 부산빌딩 등을 매각해 920억원을 확보했다.
한화생명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소재 사옥 매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나손보는 지난해 11월 하나자산신탁 리츠를 통해 종로구 인의동 소재 사옥을 팔았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3월 캡스톤자산운용과 서울 중구 남창동 본사 사옥을 매각 했다.
보험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을 진행하는 이유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회계제도 적용으로 건전성이 더 낮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 국면이 시작되면서 보험사마다 자본건전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어 앞으로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들이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는 RBC비율보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새회계제도가 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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