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진에 실적 급감···발행어음업 통한 수익 다각화 모색리테일 비중 높은 키움證, 내년 초대형IB 지정 적극 추진 하나금투도 연내 진출 기대···메리츠‧신한금투 "계획 없다"당국 촘촘한 감시는 부담···시장지배력 확보 여부도 미지수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발행어음업 인가엔 실패했다.
초대형IB의 핵심 사업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인 '발행어음'이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초대형IB 4곳은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해 고금리 채권,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등에 투자한 뒤 고객들에게 이자를 줄 수 있다. 증권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높진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초대형IB로 지정되려면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 자기자본 5조원을 훌쩍 넘긴 하나금융투자(5조3900억원)와 메리츠증권(5조500억원)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4조9700억원)와 키움증권(3조8600억원)도 6번째 초대형IB 후보로 꼽힌다. 꾸준히 자본을 확충해 온 키움증권은 올해 안에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초대형IB 지정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는 키움증권이다. 다른 증권사에 비해 리테일 부문에 수익이 편중돼 있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 2132억원 가운데 85.5%에 달하는 1823억원을 리테일 부문에서 벌어들였다.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나 급감했다. 고객계좌 약 1200만 개, 주식시장 점유율 19.85%에 달하는 키움증권이지만 리테일 시장 기반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개인고객 많이 거느리고 있어 초대형IB 지정 이후 '발행어음업 CMA통장' 운용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초대형IB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자기자본이 3조8000억원 수준이라 올해 잘 준비해 내년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자본이 5조3900억원에 달하는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안에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점쳐진다. 매우 큰 시장인 발행어음업 진출을 발판 삼아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게 하나금융투자의 복안이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초대형IB 지정 및 발행어음업 진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사업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238억원으로, 전체(2824억원)의 8.4% 수준에 불과하다. IB 등 이미 사업이 다변화돼 있고 리테일 비중이 크지 않은 메리츠증권 입장에선 굳이 발행어음업에 눈독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신한금융투자도 "발행어음업 인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초대형IB 지정에 선을 그었다. 업계 안팎에선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9년 연루됐던 라임자산운용 사태 여파로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린다.
발행어음업의 부동산PF 대출한도가 10%에 불과한 것도 증권사들이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주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초대형IB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이사회‧감사조직 구성 등 지배구조 체계의 적정성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발행어음으로 투자할 만 곳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고 "발행어음업은 마진이 많이 남진 않지만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리테일이 강한 키움증권은 대규모 발행어음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기존 초대형IB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업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