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책임 '총수' 개념 모호···친인척 계열사 범위도 지나치게 포괄적
동일인 제도는 대기업 내 부당 거래를 감시한다는 목적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오랜 기간 일부 문제점도 여럿 제기돼 왔다. 대기업 총수와 혈연이어도 사업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계는 공정위가 요구하는 증빙 자료들은 기업의 경영 행정 업무에 부담으로 적용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개최한 '제1차 기업집단법제 개편을 위한 법·정책 세미나'의 참석자들은 동일인 범위와 형사처벌 조항 등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법상 동일인은 그를 중심으로 6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의 인척, 비영리법인과 그 임원 등 관련자의 보유 지분 등을 파악해 신고해야 한다. 신고가 부실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동일인 제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동일인 개념 또한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지정 대상이 모호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존 동일인이 와병으로 경영에서 물러나 있거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는 누구를 동일인으로 봐야 할 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김지홍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제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사무"라며 "사인(私人)인 동일인에게 신고 의무를 두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제조사권이 없는 동일인이 수백·수천 건에 달하는 관련자 정보를 빠짐없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봉의 서울대 경쟁법센터 센터장은 "자료 제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절차 의무위반은 과태료 부과가 통상적이고, 동일인 관련자와 계열회사의 범위 등 관련 조항이 모호한 상황을 고려하면 형사처벌 여부가 공정위 판단에 좌우될 수 있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자료 제출 의무를 자료를 직접 보유한 회사나 회사의 특수관계인에게 부과해야 자료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형사처벌은 동일인이 직접 자료를 누락하는 경우처럼 고의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기업집단에 과도한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친족 범위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직계나 배우자가 아닌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고 혈족 5·6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사례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 현 정부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서 정하고 있는 '특수관계인' 신고 의무를 현실적으로 조정할지 주목된다. 현 제도에서는 5조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 혹은 법인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그와 관계된 '계열사'와의 거래 혹은 지분으로 얽힌 관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또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그들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들을 포함하는 '특수관계인'들은 대기업과 얽혀 있는 관계를 서류로 증빙해서 모든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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