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우조선 경영진 손해배상 청구' 주장 '하청 파업' 빌미로 'CEO 교체' 주문하는 듯 "정치 논리에 구조조정 실패 되풀이" 우려↑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측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의 정책질의를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박두선 사장 등 대우조선 경영진에게도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사장 문책과 손해배상 청구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플랜B' 준비 상황을 점검하며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해 최선의 관리 방안을 수립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대우조선을 향한 여당의 관심은 51일간 지속된 하청지회 파업으로 대우조선이 상당한 손실을 입은 데서 출발한다. 대우조선은 이 기간에 1도크(건조 공간) 진수가 5주 지연되면서 매출감소 6468억원과 고정비 지출 1426억원, 지체보상금 271억원 등 총 8165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공정이 정상화되더라도 물류 혼잡으로 간접적인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선수금과 인도대금 지연으로 유동성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박두선 사장이 전 정부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데 대한 반감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대우조선은 전임 산업은행 회장이 퇴임하기 전인 지난 3월 박 사장을 임명했는데,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알박기 인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 국민의힘은 파업이 일단락된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우조선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여당으로서는 신임 회장에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우조선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나아가 대표이사 교체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키를 쥔 강 회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당정의 주문대로 대우조선 경영진을 압박해 CEO 인선에 적극 개입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다만 조선업계 전반에선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조선업이 위기에 직면한 와중에 CEO를 교체하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박 사장은 현 시점에 대우조선을 본궤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 입사한 뒤 35년 이상 대우조선에 재직하면서 프로젝트운영담당 상무와 선박생산운영담당 상무, 특수선사업본부장 전무 등을 거쳤고 조선소장까지 역임해 현장과 경영에 대한 이해가 높아서다. 때문에 박 사장을 무조건 '낙하산 인사'로 규정해선 안 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덧붙여 금융권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정치 논리에 휩싸여 구조조정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 몇 년간 대우조선과 HMM,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기업 현안과 관련해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해왔는데, 여기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강 회장은 아직까지 자신의 구조조정 철학을 공유하지 않았다. 대우조선 하청 파업과 관련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때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의 소극적인 태도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역시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정부와 뜻을 같이할 수밖에 없겠지만, 지나치게 정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우조선과 관련해서도 회사와 조선산업의 관점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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