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해체 후 '뉴 삼성' 이끌 新컨트롤타워 필요성'총수 리더십' 지원사격 부족, 그룹 구심점 구축 고민지배구조 개선 준비속 '전자-금융-건설' 통합 조직 검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추진은 향후 삼성 지배구조의 변수로 지적받는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손을 봐야 한다.
◇미전실 해체 5년째···"구심점 없다" =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는 삼성의 86억원 규모 상납금이 유죄로 인정되며 삼성그룹 해체로 이어졌다.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뇌물 청탁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핵심 간부였던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은 실형을 선고받았고 미전실 임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미전실 해체는 사실상 삼성그룹 해체를 의미했다.
그 후로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는 '각계 전투'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에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꾸리고 있으나 협업은 끊어져 있다. 각사별 자율경영체제로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2017년 2월 미전실 해체 후 그룹이 주도하는 중장기 전략에선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M&A)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구심점 부재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삼성은 '잃어버린 5년'으로 불리는 이 부회장의 재판으로 리더십이 흔들렸고,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신음했다. 글로벌 기업 간 미래기술 경쟁력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삼성은 현안을 바로 잡는 동력을 잃어 갔다.
재계 안팎에선 미전실 해체가 상당 시간이 흘러 이제는 '뉴 삼성'을 이끌 새로운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기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고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체제'로 세대 교체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키우고 이를 뒷받침해줄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되, 과거 미전실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안된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고 그룹 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효과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선 시점 관심 = 삼성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급하게 국회 문턱을 넘지 않아야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시간을 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여당에서 적극 추진됐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로 넘어오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진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투자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생명생명법이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주식 대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31.3%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최대주주로 19.3% 지분을 갖고 있고, 이 부회장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도 19%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 중이다. 다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44%에 불과해 삼성생명법 도입은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를 앞당길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위한 컨설팅 결과를 전달받아 최고경영진에서 지배구조 개선 작업 등 방향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분사설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흘러나온 배경도 지배구조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삼성 바깥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으로 지체됐던 투자 전략 및 삼성그룹 재건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해당 기업은 물론 총수 신뢰도 등 기업인 평가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와 리더십 평가가 중요하다"며 "기업인에게 사법리스크 제거는 투자 전략의 일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삼성이 갖고 있는 특장점, 즉 반도체·전기·전자·바이오·배터리 등 다각화 돼 있는 업종을 하나로 종합해서 융합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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