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낮추고 연 10%대 예·적금 특판 주력 일시적으로 금리차 좁혀 불명예 피하려는 포석인위적 금리조정에 일각선 공시 '무용론'도 솔솔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도 대출금리 인하 행렬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5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금리(6개월 변동)를 0.3%p 내리고, 보증부 전세자금대출 금리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각 0.2%p, 0.3%p씩 하향했다.
또 지난달 26일엔 카카오뱅크가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를 최대 0.41%p, 신용대출 금리를 평균 0.28%p 낮췄고, 농협은행은 새희망홀씨대출과 청년전월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3~0.5%p로 높였다. 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p 내렸다.
높은 수준의 금리혜택이 붙은 수신 상품도 눈길을 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hy(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연간 두자릿수의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 플랫폼 적금'을 내놨다. 선착순 5만좌만 판매하는 특판 상품인데, 모든 요건을 충족하면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 9%p를 더해 총 11%까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케이뱅크 역시 우리카드와 손잡고 기본금리 1.8%, 우대금리 8.2%p 등 최고 연 10% 금리의 '핫딜적금'을 선보였다. 동시에 케이뱅크는 추석을 맞아 선착순 10만명에게 5~10%의 적금 금리 혜택을 부여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서둘러 여·수신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지난달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지난달 처음으로 은행별 예대공시차가 공개되자 업계 전반에선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수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세우기'가 이뤄졌고, 경쟁사보다 금리차가 컸던 전북은행(6.33%p)과 신한은행(1.62%p), 토스뱅크(5.60%p) 등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다. 토스뱅크의 경우 서둘러 입장문을 내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크고, 주력 상품인 2%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수신금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각 은행의 움직임은 일시적으로 상품 간 금리의 차이를 줄임으로써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다보니 업계 안팎에선 벌써부터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무용론'이 팽배하다. 은행별로 인위적 금리 조정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요구불예금이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착시효과'가 생겨나는 탓이다.
이 제도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은행이 예대마진을 얼마나 챙기는지를 판단할 수는 있겠으나, 어떤 여·수신 상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한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는 없어서다. 덧붙여 각 은행은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를 기준으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데, 대출금리는 은행이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만큼 실제 상황과 거리가 있다.
현재 당국은 업권과 함께 예대금리차 공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단 다음달부터는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실적을 뺀 예대금리차도 함께 공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번 공시 제도는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을 키우는 모양새"라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민감한 수치를 앞세워 금융회사 줄 세우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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