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KDB생명 매각주관사 선정 후 입찰 진행 HMM 민영화 시기도 저울질···높은 가격은 관건"구조조정 부담 덜고 혁신성장 등 임무에 집중"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계법인과 증권사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받아 다음달 중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앞서 KDB생명 매각을 재추진할 것임을 예고한 데 이어 최근에도 "최대한 빨리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 조건 등으로 인해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3전4기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마저도 은행에 실망을 안겼다.
특히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 JC파트너스와 KDB생명 지분 92.7%를 2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고 논의를 이어갔으나 끝내 거래를 매듭짓지 못했다. 인수자금 조달 방안이 불투명했을 뿐 아니라, MG손해보험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여파에 이 회사를 소유한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자격 요건을 상실한 탓이다.
때문에 KDB생명의 인수자를 찾겠다는 산업은행의 각오는 남다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지원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6500억원 규모 사모펀드(PEF)를 꾸려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10여 년에 걸쳐 체질 개선이 신경을 기울여왔다.
일단 산업은행 측은 과거에 비해 보험사 매각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생명보험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금리 상승과 맞물려 보험사의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의 투자수익이 늘어난다. 덧붙여 작년과 달리 올해는 생보업계에 마땅한 매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산업은행엔 기회 요인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은 HMM 지분 매각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거듭난 만큼 시장으로 돌려보낼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산업은행은 HMM의 단계적 민영화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해운시장에 불황이 들이닥친 2016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아 6년 가까이 관리해왔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엔 해운업 재건을 목표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연초 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의 HMM 공동관리 체제를 마무리하며 순차적으로 지분을 내놓을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자금력을 갖춘 인수자를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지분이 46%에 이르고,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도 정리해야 하는 탓에 시장에선 HMM의 매각 가격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을 놓고는 긍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이미 정상화된 기업을 국책은행 산하에 두는 것보다 시장에 맡기는 게 장기적으로 더 유익할 뿐 아니라, 산업은행으로서도 부담을 덜어냄으로써 혁신성장과 같은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 HMM 매각과 관련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은행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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