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연합뉴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달 12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앞서 한은 역시 9월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발표 직후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위험)로 잠재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예상대로 한은이 12일 빅 스텝을 밟으면,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0.50%포인트 인상일 뿐 아니라 4·5·7·8월 금통위 회의에 이어 역대 처음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빅 스텝 전망의 또 다른 주요 근거는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이다. 미국 내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결국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지난 7월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8월 25일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같아졌지만, 이제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또 벌어졌다.
만약 오는 12일 한은 금통위가 베이비스텝만 밟고, 11월 초 연준이 다시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커진다. 이어 11월 말 금통위가 또 0.25%포인트만 올리고, 연준이 12월 최소 빅 스텝만 결정해도 격차가 1.50%포인트에 이른다.
1.50%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당시)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환율이 계속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통화정책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 수정을 시사한 점도 빅 스텝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총재는 앞서 8월 25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직후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회 등에서 "연준의 올해 말 최종금리를 우리(한은)는 4%로 예상했지만, 지금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도 4.6%로 높아졌다"며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국내 물가와 환율,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해 11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내년 상반기에도 몇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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