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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제조업의 그린전환···오해와 풀어야 할 숙제들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제조업의 그린전환···오해와 풀어야 할 숙제들

등록 2022.10.11 07:44

수정 2023.01.11 10:25

제조업의 그린전환···오해와 풀어야 할 숙제들 기사의 사진

기후위기는 핫한 키워드다. 최근 몇 년 동안 특별히 환경문제나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도 이산화탄소 배출, 그리고 RE100(기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같은 말들이 익숙하게 됐다. 지난 정권 시절 그린전환이 탄소를 줄이는 일이라는 걸 다양한 정부의 정책 활동을 통해 시민들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가능한한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 기온을 섭씨 1.5도 올라가는 선에서 방어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종종 SNS를 살피다가 아보카도와 소고기에 대한 논쟁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아보카도는 불포화지방산에다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보유하지만, 사실은 1개를 키울 때마다 272L의 물이 필요하고 후숙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다량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고기는 1kg 먹을 때마다 27kg가 배출되고, 특히 다수를 차지하는 공장식 사육에서 탄소배출이 많으므로 먹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아보카도는 kg당 800그램 내외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한다면서 재반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첫째로 숫자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드물고, 둘째로 농업과 음식 소비가 과연 큰 문제인가가 확실치 않다는 데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에너지의 생산 및 소비로 전체의 86.9%에 달한다. 달리 말하면 기후변화 이야기는 곧 에너지 이야기다. 또한 에너지 분야에 속하는 제조업 연관 부분인 철강, 화학이 20%을 쓴다. 제조업 공정은 그 자체로 7.5%를 배출한다. 제조업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의 30%에 이른다. GDP의 제조업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5대 국가인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과제의 대부분은 제조업 문제와 연결이 된다. 반면 농업의 탄소배출은 3.1%다. 거칠게 말하자면 아보카도와 소고기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보다 포스코에서 탄소가 아닌 수소를 통해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공법을 고민하는 것이 숫자로는 5배에 달하는 온실가스 저감의 효과를 만들 수도 있다.

즉, 시민들의 기후변화 감수성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며 실제 시민들의 문명을 지탱하는 문물을 만드는 에너지와 제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막대하게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원전의 비중을 높일 것인지,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일 것인지, 지열을 활용할 것인지를 놓고 뉴스의 경제면뿐만 아니라 정치면이나 사회면까지 나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조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연료의 전기차 전환으로 몇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느냐를 놓고 뉴스거리가 된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해를 풀 필요는 있겠다. 그린전환과 제조업의 일자리 문제는 생각보다 과대평가되어 있다.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화다. 최근의 용법으로 말하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여 저숙련 생산직일자리를 줄이고, 조금 더 세밀한 작업을 인공지능이 패턴화할 때 또 숙련생산직 일자리를 줄인다. 반면 수소나 배터리 전기차 연료 전환은 작업환경을 바꾸지 않는다. 내연기관계통의 부품과 기자재를 공급하던 협력업체들의 업종전환 문제를 제기할 따름이다. 자동차가 아닌 선박 같으면 연료가 가솔린이나 디젤에서 LNG, 수소, 암모니아로 바뀐다한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조선소 현장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자동차든 선박이든 협력업체들이 그린전환에 기민하게 대응하면 외려 그 자체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일자리문제로 그린전환 자체를 환원하기에는 까다로운 쟁점들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린전환을 수행하는 자동차회사나 선박회사들은 실제로 일자리문제보다는, 화학공학이나 화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들과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전통적인 제조업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한 팀으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거시적 포인트'는 제조업에 달려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ssociation)는 매년 핵심 친환경기술 500개를 선정해 각각의 준비단계를 시각화한 가이드(ETP Clean Energy Technology Guide)를 배포하고 있다. 1단계에서 시작해 11단계를 달성하면 완성이다. 예컨대 리튬이온배터리는 10단계, 배터리 전기승용차의 단계는 9단계인 식이다. 우리 정부도 현재 한국의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기술 수준에 대해 정의하고 시민들에게 정리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친원전 반원전' 혹은 '태양광 스캔들' 논쟁보다 좀 더 영양가 있는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기후위기 해결에 대한 당위나 불필요한 정무적 논쟁말고 좀 더 효과적인 방법론을,제조업 국가 대한민국의 맥락에 맞게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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