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난히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때다!' 싶어 신규 주택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엔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용산구 한남2구역, 울산 중구 B-04구역 등에서 시공권을 노리는 시공사들이 혼탁·과열경쟁에 나서는 등 이전투구식 복마전마저 드러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이렇듯 일단 따고보자는 식으로 수주 실적 자랑에 여념이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급등으로 리스크가 적고 수익성 좋은 주택이 호황을 맞았던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건설이 개점 휴업을 맞았던 탓으로 봐야하기 때문.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가 간 이동 제한 등으로 해외 수주 환경이 악화된 영향도 있지만 최근 저가 수주 전략을 통해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나서고 있는 중국·인도 등 신흥국 건설사들에 밀린 결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물안 경쟁에 몰입한 결과는 국내 빅10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비중에서 대번에 드러난다.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서는 대형 건설사가 수두룩 하다. 실제 2019년 말 평균 약 50%에 이르던 국내 상위 10개 건설사의 국내 주택·건축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53.15%로 높아졌다.
먼저, 대한민국 건설 인재사관학교라고 불렸었던 대우건설의 국내 주택·건축 비중은 66.96%에 이른다. 지난 2019년 50%에 못 미치던 GS건설 역시 작년말 56%를 기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도 지난해 주택·건축사업 매출 비중이 48.6%에 달했다. 지난 2012년 23.5%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0년 45.8%를 거쳐 이대로라면 올해 50%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들이 여전히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 투자가 많이 필요한 해외 인프라·플랜트 사업보다 사업 진행이 손쉬운 국내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건축 영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과 인도 건설사들이 '돈 되는' 해상풍력발전 등 해외 플랜트나 인프라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 정권에서 집값 폭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택시장이 윤석열 정부 들어 급속히 냉각하고 있기 때문. 국내외 금리급등 영향은 물론 미국의 통화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갈등 등 글로벌 경기침체 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은 이제 경착륙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일단 주택거래 침체는 심각을 넘어 단절 수준이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856건에 그쳐 1년 새 77.9%나 줄었다. 이는 2006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다. 정상적으로 시장이 작동하는 시기라면 월평균 거래량이 5000건은 돼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미분양 주택 수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 3만2722가구 대비 27.1%(8882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새로 짓겠다는 인허가 수요도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축 인허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인허가 면적은 3889만400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줄었다. 인허가 동수는 3만9812동으로 작년 동기보다 27.6% 감소했다.
최근엔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를 비롯,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돈맥경화'로 불리는 자금 경색까지 겹치면서 레고랜드와 부동산PF발 건설사 줄 도미노 부도설이 확산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대형 A건설을 비롯해 일부 굵직한 중견건설사들의 이름이 정보지에 오르내리면서 약한 연결고리부터 끊길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이렇듯 주택 경기는 산업특성상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 들어선 국내에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돼 해외시장 개척 등 다양한 사업 활로 개척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건설사들의 편중된 매출 구조는 일회적인 국내외 악성 이슈나 이벤트에도 쉽게 건설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매출뿐 아니라 방대해진 주택 인력의 구조조정이나 감축도 예측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오른 집값 피로감에 하루가 멀다하고 급등하는 국내 금리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이 경착륙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부동산 방하기에 진입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해외건설시장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주택시장 경기마저 완전히 꺾일 경우 건설사들의 경우 큰 리스크가 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주택시장 분위기가 바뀌어도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주택에 편중돼 있는 사업구조를 서둘러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높아지는 이유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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