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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인공지능과 사람 모두 적응이 필요하다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인공지능과 사람 모두 적응이 필요하다

등록 2022.11.10 16:58

수정 2022.11.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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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사람 모두 적응이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몇 년간 4차산업혁명 혹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인 스마트팩토리, 그중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통합하는 작업 중 하나인 디지털트윈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자재와 부품, 생산된 모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인공지능이 처리해서 가상공간 안에 구축하고, 엔지니어나 생산직 작업자가 필요할 때 산업용 메타버스 속에서 시뮬레이션하여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돕거나 AR이나 VR글래스 등을 통해 감각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완벽한 디지털 트윈이 가상공간 안에 구축되고, 가상공간 안에서 시뮬레이션 된 내용들이 현실의 생산공정 안에서 구현되는 과정속에서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어 피드백이 잘되면 공정은 최적화되고 품질은 올라가며 그 사이 안전도 제고된다는 것이다. 몇몇 제조업체들은 생산직 작업자들에게 VR 글래스를 제공해 위험한 작업구역을 미리 탐지해 회피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트윈의 구축이 산업에 따라, 또 기업문화에 따라서 다른 단계와 수준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제조작업의 성격에 따라 생산 시스템을 한번 구축하면 연속적으로 흐름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나 철강산업 같으면 디지털트윈의 구축단계가 높고, 묶음이나 완전주문주 맞춤생산의 성격을 띠는 조선산업에서는 구축단계가 낮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반도체 산업 같으면 제품 포트폴리오가 변할 때마다 어차피 생산라인을 매번 새로 구축해야하여 전산화를 위해 설비투자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갖지 않는다.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이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만들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최소화'하는 것이 업의 본질에 가깝다. 각각의 기계는 디지털 정보를 통해서 업무를 인수인계한다. 따라서 각 장비의 센서에 담긴 공정 내용을 활용해 인공지능이 통계적 분석으로 수율을 관리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비전검사로 결품 여부를 판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조선소의 '스마트쉽야드' 같으면 제품의 크기는 크고, 배 한척에 필요한 부품과 자재의 수는 수십만 종류에 이르며 범용부품과 자재가 드물어 표준화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생산의 성격도 건조해야 할 선박이나 해양플랜트에 따라 학습된 내용 자체가 다음으로 그대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또 선박의 특수용접은 여전히 기계가 모방하기 힘들고 용접사의 손끝 숙련에 따라서 균질함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CAPEX투자 자체가 큰 비용을 차지하고, 사이클에 따라 최근 10년처럼 시장의 불황기가 길게 올 수 있어 투자 자체가 어려울 때가 많다.

▲데이터수집 인프라의 구축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도입 ▲생산 메타버스로의 구현이라는 세 단계로 거칠게 살펴보면 2단계와 3단계에 대한 꿈은 있으나 1단계부터가 너무나 판이하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자동으로 와이파이를 통해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구하기 위해 어떤 산업에서는 플래시메모리나 SSD를 장비에 꽂아 자료를 입력받아 연구소에서 분석하고 메타버스로 구축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어떤 산업에서는 아예 센서로 구축된 자료가 없어서 일일이 수기를 통해 자료를 모으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히 선진적이거나 낙후된 문제 이상일 때가 많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모든 산업과 기업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구축도 더디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목표와 전술이 달라질 따름이다. 정부의 지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생산직 작업자가 별로 없는 산업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한들 그 쓰임은 그저 생산 최적화에 그친다. 사람 손을 많이 타며 구축된 스마트팩토리에서 나온 정보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산 최적화를 통한 수익창출뿐 아니라, 높은 품질의 보장을 통한 고객만족, 작업자의 안전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된다. 예쁜UI로 구현되는 화면은 완전자동화 공장에서는 필요조차 하지 않다. 오히려 시스템의 구축과정에서 많은 작업장 내 이해당사자들이 갈등을 겪고 협상을 많이 수행할수록 '인간에게 적응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구축이 되고, 마찬가지로 많은 이해당사자들도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아진다. 가장 첨단의 기술일수록 화려한 '결과물'보다 중요한 과정에서의 갈등들이 있다.

쉽사리 '멋진 신세계'가 펼쳐지지 않는다 하여 4차산업혁명이 '구름'같은 거라고 예단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인간과 기계가 협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지를 모아내는 과정들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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