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ESG경영 준비 본격화, 전담부서 구축 검토 중친환경 기업과 파트너십 맺고 윤리경영 지속이사회 의장-대표 분리 안 돼···승계 불확실
이런 제일약품그룹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25년부터 시행하는 ESG 경영보고서 공시 의무화에 앞서 내년부터 기준에 맞는 대책 마련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과 제일파마홀딩스는 한국ESG기준원(KCGS)의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통합 D등급을 받았다.
KCGS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ESG 통합의 4개 부문에서 각각 S, A+, A, B+, B, C, D 중 한 등급을 부여하는데, 이들 기업은 모든 부문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회사 측은 "ESG를 전담부서가 아직 신설되지 않아 대응이 미흡했었다"며 "내부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이나 친환경 캠페인 등을 진행했지만 ESG 평가기준에 들어가기엔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는 타 산업군에 비해 ESG경영 도입이 늦은 편이다. 그마저도 대형 제약사 위주로 도입이 이뤄지다보니 올해 통합등급으로 우수(A) 항목을 획득한 제약사는 5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SG경영 도입을 시도하는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제일약품그룹도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ESG경영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제일약품은 친환경 경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지난 10월 프랑스 환경기업 '베올리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친환경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제일약품과 베올리아는 용인 백암 생산공장의 에너지 최적화 및 그린 전기 생산을 위해 태양광발전설비 설치 및 노후설비 교체투자로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5% 이상 줄이고, 에너지 비용은 기존 대비 10% 이상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ESG경영 준비의 일환으로 사무실 내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는 '종이컵 제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제일파마홀딩스는 사내 휴게실에 비치된 일회용컵을 없애고 다회용컵을 비치했다. 전 임직원이 환경보호에 동참하며 ESG경영을 주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제일약품그룹은 조직 내 정도경영 및 청렴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제일파마홀딩스는 리스크 진단 및 평가, 내부 심사원 육성, 부패 방지 목표 수립, 모니터링 등의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지주사와 제일약품 등 계열사들은 지난 2019년 최초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 표준 'ISO 37001'을 인증 받은데 이어 지난 3월 재인증을 받았다.
IS0 37001은 반부패 경영시스템 분야의 국제표준규격으로 매년 사후 심사를 통해 관리가 이뤄진다. 인증 갱신을 위해서는 3년마다 초기 심사에 준하는 엄격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서병구 제일파마홀딩스 경영기획실장은 "지속적인 윤리의식 내재화와 관리 시스템 개선 노력을 통해 정도경영 및 청렴문화가 조직문화로 자리잡았다"며 "투명한 경영은 물론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제일파마홀딩스를 포함한 전 계열사는 복장 규정을 '정장 착용'에서 '노타이 근무'로 개편하고, 호칭 문화도 개선해 수평적인 조직문화 정착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제일약품그룹은 사회공헌활동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지주사와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자발적으로 결성한 봉사회 '나눔의 행복'은 2016년 7월 1차 헌혈 캠페인을 시작으로 독거노인 무료 급식행사, 헌혈 캠페인, 기부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ESG 기준에 맞는 다양한 활동방안과 지속적인 성장 방안을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자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으나 향후 ESG 전담 부서 구성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승계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부문의 취약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일약품그룹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대상 기업이 아니어서 지난해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았고, 별도의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도 부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오너 3세인 한상철 부사장(46)과 동생 한상우 상무(39)가 각각 사장과 전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지배력을 강화하기엔 최대주주와 지분 격차가 크다.
1976년생인 한 신임 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 장남이다. 연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07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에 부장으로 입사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를 거쳐 2015년 부사장에 올랐다.
제일약품그룹은 지난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경영승계를 진행했다. 당시 제일약품은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사명을 제일파마홀딩스로 교체, 지주사로 역할을 맡게 됐고 신설법인인 제일약품은 사업부문을 맡게 됐다.
이후 한 신임 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와 제일약품 부사장직을 맡게 됐지만 최대주주는 아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파마홀딩스의 최대주주는 5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승수 회장이다. 한 사장의 지분은 9.7%에 불과하다.
제일약품도 49.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제일파마홀딩스가 최대주주이며, 한 회장이 3%, 한 사장이 0.6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제일파마홀딩스 지분을 쥐고 있는 자가 제일약품그룹의 후계자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장의 경영 능력도 승계 작업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신임 사장은 경영총괄 업무를 맡게 될 예정이다.
현재 제일약품은 한 명의 전문경영인이 18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1960년생인 성석제 대표는 취임 후 제일약품의 매출 규모를 3배 이상 키운 인물로 알려지지만 수익성 개선이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제일약품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액 55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반면 누적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 동기(-43억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이는 상품에 의존하는 사업구조 영향 탓이다. 다른 회사 의약품을 떼다 판매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3분기 누적 상품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436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한다.
지난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019년 6714억원, 2020년 6913억원, 2021년 7007억원으로 매년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18년 63억원에서 2019년 2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2020년에는 129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10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이사회 의장이 연임될지, 교체될지는 확정된 게 없다. 다만 (오너3세가) 승진했다고 해서 바로 교체되는 것은 아니"라며 "주총에서 안건이 올라와봐야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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