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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관치 그림자 걷힌 기업은행

오피니언 기자수첩

관치 그림자 걷힌 기업은행

등록 2023.01.02 17:27

정단비

  기자

reporter
"한 기업의 장이 되더라도 정치적 상황에 좌지우지되고 어차피 외부 인사들이 내려올거라면 임원까지 올라가봐야 무슨 소용있나 싶습니다"

최근 금융 공공기관 직원들을 만나면 하는 푸념이다. 금융권을 둘러싼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실망감에 공공기관을 떠나는 직원들도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기업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료 출신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의 반발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임 기업은행장에 내부출신인 김성태 현 기업은행 전무가 발탁되면서 드리워졌던 관치 그림자가 걷힌 모습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달 2일 임기 만료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연임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차기 행장에 대한 하마평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로 외부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내부는 차기 행장에 오른 김 내정자였다. 특히 '사실상 정 전 금감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돌면서 선임 막판까지도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심지어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으로 관치금융 논란은 더욱 가중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이후 정 전 금감원장의 차기 기업은행장 내정설과 관치 논란 등에 대해 "후보자 중 한명인 것은 맞다"며 "일률적으로 관료 출신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관치금융을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차기 기업은행장에는 내부출신이 낙점됐다. 관치 논란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에서도 부담을 느끼면서 내부출신을 등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는 기업은행 사상 다섯번째 내부출신 행장이 됐다. 공채 내부출신으로는 네번째다. 역대 기업은행장 25명 가운데 내부출신 행장은 김승경·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 등 4명에 불과하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 크게 반발했던 기업은행 노조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외부인사 선정시 촉발될 것으로 예상됐던 갈등 우려도 해소됐다. 노조는 윤 행장 선임때 낙하산 인사라며 최장 기간 출근 저지를 벌이는 등 홍역을 치룬바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 내정자는 당시 행내 2인자인 전무이사로 중재역할을 했던 만큼 임기 내 큰 잡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기준 부실징후기업은 185개사라고 한다. 올해는 복합 위기로 더 많은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해 부실징후기업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외부인사의 장점도 존재한다. 대외정치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다만 상대적으로 조직과 업에 대한 이해도는 내부출신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처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이번 인사가 단순히 '내부출신 행장' 타이틀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버팀목인 '중소기업은행'의 역할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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