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제치고 2월 판매 1위···매년 9만대 이상 팔려불황일수록 잘나가는 포터···독점적 시장 입지 주효전문가 "안전성 취약···세미보닛형으로 풀체인지해야"
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포터는 지난 2월 내수시장에서 무려 1만1099대나 판매됐다. 이는 승용차 부문 베스트셀링카인 그랜저(9817대)보다 1282대 많은 수치다.
포터는 상용차이지만 국내에서 독보적인 시장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9만2411대나 판매된 포터는 쏘렌토(6만8902대)와 그랜저(6만7030대) 등 승용차를 여유롭게 따돌리며 왕좌에 올랐다. 월 평균으로 계산하면 7700대 수준으로, 지난달 쌍용차(6785대)와 한국GM(1117대)의 전체 판매량을 합친 값과 비슷하다.
포터는 지난 2004년 현행 모델(포터2) 출시 이후 19년째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포터는 2010년(9만4059대)부터 2022년까지 13년간 한 차례(2012년‧8만7308대)를 제외하고 매년 9만대 이상 판매됐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10만1423대나 판매되며 10만대 고지를 밟기도 했다. 지난 2월 기준 포터의 누적 판매량은 167만9988대에 이른다.
이 같은 포터의 고공행진은 독점적 시장 입지와 경기 침체가 맞물린 결과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1톤트럭 선택지는 포터와 봉고 밖에 없다.
한국 시장 특유의 과적문화에 잘 대응한 것도 포터의 인기비결 중 하나다. 지난 1998년 출시됐던 삼성상용차의 1톤트럭 '야무진'은 불과 2년 만에 단종됐다. 포터 대비 서스펜션과 프레임 등이 약한 탓에 조금만 과적해도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2000년 출시한 1톤트럭 '리베로'도 비싼 가격과 좁은 적재함, 과적에 취약한 설계 등의 문제로 7년 만에 단종됐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포터를 경쟁자들이 이길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서민들의 생계형 차종인 포터는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기아 봉고 외엔 대안이 없다보니 20년 가까이 풀체인지를 하지 않아도 잘 팔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승용차들은 출시 5년이 넘어가면 상품성 약화로 판매량이 급격히 하락한다. 반면 포터는 경쟁자가 없어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제조사 입장에선 풀체인지 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판매량과 상관없이 포터의 풀체인지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모델의 원박스카 디자인은 충돌 안전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레이스, 이스타나 등 원박스카 형태의 승합차들은 취약한 충돌 안전성을 이유로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간 포터 등 소형 화물차는 자동차 안전기준에서 정한 각종 충돌시험에서 제외돼 왔다. 하지만 충돌 사고시 소형 화물차의 사망률과 중상률은 일반 승용차 대비 약 2배가량 높다.
박진혁 서정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원박스카는 충돌 시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가 안으로 밀려들어오기 때문에 운전자의 중상 또는 사망 위험이 높다"며 "현대차의 승용모델들이 충돌시험에서 최고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 시대에선 구조적인 측면에서 충돌 안전성이 더욱 보완돼야 한다"며 "스타리아처럼 세미보닛형으로 설계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부턴 소형 화물차에도 충돌안전성 기준이 도입되는 만큼 포터의 풀체인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인체상해, 문열림, 조향장치 변위량 및 연료장치 누유 등 4가지 기준을 3.5톤 이하의 소형 화물차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시장 안팎에선 올해 말에서 내년 사이 포터의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세대가 변경되면 디젤 모델이 단종되고 전기차와 LPG 모델만 판매될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포터의 풀체인지 일정은 결정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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