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삼성전자는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라는 브랜드로, 국내 가전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가전제품 외부 패널 소재와 색상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사소한 변화지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스테인레스 재질, 은색으로 도배된 가전시장에서 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가전'은 금세 업계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가전은 LG'라고 자부하는 LG전자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런 비스포크 열풍이 새해 통신업계에도 불 전망이다. 업계 큰형인 SK텔레콤이 고객 설계형 '5G 중간요금제' 카드를 꺼내든 결과다. 로직은 심플하다. 지난해 8월 출시한 5G 중간요금제 '베이직플러스'(월 5만9000원)를 기본으로 하되, 추가 데이터 옵션 4종 중 고객이 원하는 하나를 조합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선택 가능한 옵션은 ▲3000원(+13GB) ▲5000원(+30GB) ▲7000원(+50GB) ▲9000원(+75GB)로, 총 4종류다.
예를 들어 월 데이터 사용량이 평균 50GB정도 되는 고객은 월 5만9000원 베이직플러스 요금제에 5000원을 추가해 데이터 54GB(24GB+30GB)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옵션을 일회성으로 선택(월 기준)하거나, 특정 옵션을 매월 자동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엔 5000원짜리 옵션을 적용하고, 그 다음달 다시 3000원짜리로 돌려 사용량에 맞춘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SKT 내부에선 새 5G 중간요금제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새로 준비해야 할 데이터 구간(24~110GB)의 들쑥날쑥한 사용량과 패턴 탓이다. 한 관계자는 "5G 서비스를 제공한 약 4년간 데이터를 보니, 이 구간은 특히나 사용량과 패턴이 너무 다양했다"면서 "기존과 같은 정률화된 요금제로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민 끝에 나온 답이 '비스포크'다. "차라리 그달 쓸 데이터량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부 의견이 나온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새 요금제 도입으로 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이탈과 함께 발생할 일부 손실은 감내하기로 했다.
SKT 5G 중간요금제 '비스포크' 버전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28GB 구간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출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고객 요청대로 데이터 구간대별 촘촘한 요금제를 완성했고, 다양한 옵션을 넣어 가계통신비 절감에 앞장선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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