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올 상반기에만 2조원이 넘는 기술수출이 이뤄졌다. 계약상 비공개한 건들이 있기 때문에 전체 기술수출 계약규모는 이보다 웃돌 수 있다.
기업들의 외형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 1분기에도 지속돼 기대감을 높였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3대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건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며 해당 산업이 주목을 받았고, 이에 정부가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꾸려진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재계와 함께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신뢰 문제는 다른 얘기이다.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제약·바이오기업들을 '거짓말쟁이'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임상 진행 상황 등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관련 불성실 공시가 잇따르는가 하면 산업 특성상 개발 중이던 파이프라인을 갑작스레 정리하는 일이 더러 있고, 오너의 경영자적 자질부족으로 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며 갑작스럽게 경영일선에 복귀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당당히 동행한 지 한 주도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혼외자녀 이슈가 불거져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중이다. 상속을 비롯한 지배구조 리스크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제약사 휴온스그룹은 윤성태 회장이 SG증권발(發)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 상반기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올 1분기 별도기준으로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경신하는 등의 쾌거를 이뤘지만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균주 출처 및 제조기술을 둘러싼 메디톡스와의 법적 분쟁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오벤처 1세대 헬릭스미스는 경영권을 두고 소액주주와 소송전을 이어가며 위상이 실추됐다. 한때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3000억원대로 주저앉았고, 주가는 주당 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 성장성특례 상장 1호 셀리버리는 막대한 영업손실로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다. 조대웅 대표가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파이프라인이 좋아도 기업 이미지가 나빠져 주가관리가 되지 않으면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신약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신생 바이오기업들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를 위해선 자체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정부·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K-제약·바이오'의 위상에 걸맞은 경영역량과 윤리적·도덕적 태도를 준비하길 바란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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