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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펫보험 활성화 '빛 좋은 개살구'···실손 전산화·공공데이터 선행해야

금융 보험 尹정부 1년 금융정책

펫보험 활성화 '빛 좋은 개살구'···실손 전산화·공공데이터 선행해야

등록 2023.05.10 16:10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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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진료수가마저 제각각···기반 마련 묘연펫보험 가입률 1%···활성화·수익도 갈 길 멀어국민 편익 위한 실손 전산화 등 시급 과제 우선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펫보험보다 시급한 건 공공의료데이터 개방과 실손전산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두 가지 사안은 보험업계의 숙원 사업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난 현재 보험업계에서 들리는 말이다. 윤 정부는 보험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반려인 증가에 따른 국민 편익을 위해 100대 국정과제에 반려동물 보험(펫보험) 활성화를 담았다. 하지만 십수년간 보험업계가 풀지 못한 숙제인 공공의료데이터 개방과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등 핵심 문제 해결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책 기반없는 펫보험 가입률 1% 미만···수익도 글로벌화도 묘연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시장 확대를 향한 길은 아직 멀다. 펫보험에 가입 가능한 반려동물 범위가 적고 비용이 비싼 것은 물론 보험상품 담보 설정에 필수적인 진료 항목 정비 조차 돼 있지 않아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국정과제 추진 일환으로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를 열었다. 정부의 펫보험 활성화 목적 간단하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국민 동물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보험업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대로 펫보험 활성화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긴 힘들 전망이다.

우선 현재로선 국내 반려동물 수를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펫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동물 범위도 적다. 현재 공식적으로 기록된 국내 반려동물(개·고양이) 총 743만2935마리 중 465만124마리는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체 수에서 절반 이상이 집계에 포함되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보험 가입이 어려운 고령 반려견 비율은 41.1% 수준이다. 국민의힘(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실에 따르면 반려견 나이 현황을 제출받은 결과 국내 9세 이상인 반려견은 ▲2019년 78만7705마리(37.7%) ▲2020년 96만829마리(41.4%) ▲2021년 114만6241(41.4%)마리로 10마리 중 4마리가 펫보험 연령제한(9~8세 미만)에 포함됐다.

펫보험 상품의 다양성을 위한 반려동물 의료수가 정비도 이제 시작 단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질병 명칭도 병원마다 달라 보험 상품 개발과 보험료 책정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펫보험 보험료도 저렴한 수준이 아니다. 현재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들의 평균 보험료는 ▲A사 5만1292원 ▲B사 4만4997원 ▲C사 6만8303원 등으로 조사됐다. 펫보험 활성화 기반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활성화만 외치는 꼴이다.

당연히 가입률도 낮다. 현재 추산된 국내 반려동물 수 대비 계약 건수는 1%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 원수 보험료는 연간 약 280억원으로 펫보험 인지도가 극히 낮았던 2017년 당시 연가 원수보험료는 9억84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먼 셈이다.

가입률이 낮으니 펫보험 판매 이익도 실현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펫보험이 아직 수익을 가져다주는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식적인 판매 실적과 수입이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펫보험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순이익을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올해도 물 건너가···"국민은 여전히 서류 떼러 서울까지"
올해도 윤 정부의 공약 중 하나였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 기반 마련은 답보 상태다.

실손보험은 4000만명의 국민이 가입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복잡해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이는 전 국민의 숙원 사업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양치기 소년'이란 불명예 딱지를 여전히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지연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적용되면 소비자는 별도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도 병원에서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보험사로 송부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전산화 불발로 국민들의 불편은 십수년 째 그대로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등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지난 2021년 2년간 실손보험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47.2%가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이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보험금을 포기하는 셈이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가 자동화가 현실화 하면 보험금이 꼭 필요한 가입자에게 제대로 된 보험금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부당 보험금 신청 사례도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올해도 생·손보협회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실현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개인 진료기록은 매우 민감한 건강정보인데 이를 함부로 민간 보험사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이 이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면 결국 보험사가 과한 이득을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가 개인 의료정보를 축적해 보험금 지급거절, 보험가입 및 갱싱 거절, 보험료 인상 등의 자료로 악용할 수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올해 국회는 국민 편익을 위한 전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지난달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이를 논의 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공공의료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이는 보험업계의 미래 사업과 관련된 부분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공공의료데이터는 지난 2017년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를 상업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이 제한됐다.

보험사들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질병 및 상해의 진단, 치료, 처치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로 헬스케어 서비스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즉, 건보공단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보험사들은 보편적인 생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르는 보험사 헬스케어 다양성 부재 역시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활성화 제도 마련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의료 편익을 생각할 때 실손전산화,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이 선행 과제가 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공감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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