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너家 4세 지분율 박정원·박지원·박진원 순박 회장, 이사회 의장 4연임···그룹 재건·신사업 막중두산 계열사는 '사촌경영' 방식···차기 구도는 아직
박정원 회장은 취임 후 두산중공업이 부도 직전에 몰리자 산업은행 등 정부에 돈을 빌려 3조원의 자구안을 이행하는 아픔도 겪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 주요 자산을 팔면서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주력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신성장 사업을 성공시켜 그룹 몸집을 다시 키워가야 하는 게 당면 과제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두산그룹은 전년 대비 한 계단 하락한 17위에 올랐다.
박정원 회장 '장기 집권' 예고···박지원은 지원사격
현재 두산은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이 그룹 내 역할 비중이 가장 크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고, 박지원 부회장은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최고경영자(CEO)직을 수행하며 회사를 총괄하고 있다. 박지원 부회장은 주로 해외 현장 등을 직접 발로 뛰면서 실무적으로 박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수행 중이다.
박정원 회장의 여동생이자 장손 집안의 둘째인 박혜원 오리콤 총괄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두산 오너가에서 여성들의 경영 활동이 왕성하지 않은 만큼 차기 회장 구도는 박정원 회장에서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으로 넘어갈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재계에선 박정원 회장이 두산의 총수로써의 장기 집권에 나설 거란 전망이다. 올해 61세인 박 회장은 1962년생으로 재계 총수들 가운데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2016년 회장에 올라 올해 8년차 회장으로 접어들었는데, 향후 10년간은 박 회장 체제가 유지될 거란 게 두산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무엇보다 박 회장이 두산 총수로써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는 점도 장기 집권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휘청거릴 때 그룹 회장에 올라 그동안 경영정상화 작업에 매진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박 회장 취임 이후 ㈜두산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로봇 사업),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물류 사업),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연료전지 및 드론 사업) 등 앞으로 신사업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3조원의 자산 매각을 통해 몸집이 줄어든 두산그룹을 재계 15위권 이내로 도약시키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의 이사회 의장(박정원 회장)이 그룹 회장 역할을 하고 있고 임기는 3년인데 연임에 제한을 둔 것은 없다"며 "총수 순서 등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한 이후 31년 만에 그룹 총수가 된 박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그동안 4회 연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두산그룹이 위기 때 맡고 나서 그동안은 경영 측면에서 안정화 단계를 추진해 왔고, 이제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등 성과를 낼 때"라며 "현 지배구조 상황에서 오너가의 변화는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원전·에너지 사업의 기회를 다시 열어준 만큼 중동 등 해외 수주를 직접 챙기고 있다. ㈜두산 사업은 박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발전 사업과 함께 가스터빈, 풍력터빈, 소형 모듈원전 등 향후 먹거리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박용만 일가는 그룹서 독립···박진원·석원·태원 두각
두산 총수 일가는 한때 10여 명이 넘는 4세들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며 지분을 모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경영 승계를 밟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줄었다. 우선 2005년 두산 '형제의 난'으로 고 박용오 전 회장이 가문에서 제명되면서 두 아들 박경원 씨와 박중원 씨는 두산과 결별했다. 두산 일가에서 막내인 6남 박용욱은 이생그룹을 별도로 세워 일찍이 분가했다. 세 자녀(박효원·예원·승원)도 두산과 거리를 뒀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용만 전 회장 일가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2021년 말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박용만 전 회장이 회장직을 맡으면서 애착이 컸던 회사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HD현대에 넘어갔다.
박용만 전 회장은 지난해 두산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오리콤 부사장으로 있던 큰 아들 박서원과 두산중공업 상무로 일했던 차남 박재원도 아버지와 함께 물러났다. 당시 두산그룹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는 일을 찾아 독립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현재 두 아들은 투자 회사에 몸담고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삼형제(박정원·혜원·지원) 외에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 4세는 3남 박용성 전 회장의 두 아들(박진원·석원)과 4남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세 아들(박태원·형원·인원) 등 총 8명 뿐이다.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씨는 두산산업차량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산 4세 중 지분율이 3.64%로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이 많다. 재계에서 두산 차기 회장 순번을 전망할 때 박지원 부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용성 전 회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3.48%인데 향후 아들의 회장 승진 등을 고려해 장남에게 지분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박용성 전 회장의 차남인 1971년생 박석원 씨는 ㈜두산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98% 두산 지분을 갖고 있어 4세 중 지분율은 네 번째다. 향후 아버지 지분 일부를 형과 함께 상속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4세 중에는 부회장 직책으로 있는 박태원 한컴 부회장도 오너가에서 역할 비중이 크다. 1969년생 박태원 부회장은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으로 아버지가 11년간 회장을 맡았던 두산건설에서 15년간 근무했다. 지금은 광고 대행업을 하는 두산 계열사 한컴을 이끌고 있다.
박 부회장의 동생인 박형원 씨와 박인원 씨는 각각 두산밥캣코리아 사장, 두산로보틱스 사장으로 있다. 형원 씨는 소형장비 사업을 오랫동안 맡아왔고, 인원 씨는 지난해까지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올 초 두산로보틱스 사장으로 승진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soyeo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