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 '기부'···272억원 규모서경배과학재단, 이니스프리 2대 주주 올라서"승계 수단으로 공익법인 활용하는 사례 많아"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 담당은 이날 이니스프리 주식 4만4450주(18.18%) 가운데 2만3222주(9.5%)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했다. 이는 서 담당이 보유하고 있는 이니스프리 지분 가운데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며 액수로는 272억원 수준이다. 주식 출연 목적은 공익법인 목적사업 및 운영자금 마련이다.
서 회장이 지난 2016년 9월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인 서경배과학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를 개척하는 한국인 신진과학자를 선정해 연구비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이번 주식 출연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이어 이니스프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서 담당을 밀어내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서민정 3사'로 불리던 로드숍 브랜드이자 향후 서 담당의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에 활용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서 담당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안팎에선 이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많은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승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 경영 승계에 민감한 때는 지분을 다른 곳에 맡겨둔 채 일선에서 활동하다가 다른 계열사 등으로 다시 옮기기도 한다"며 "공익법인은 비영리법인이지만 기업과 무관하지 않을뿐더러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증여나 상속의 수단으로 쓴다는 것을 마냥 비판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은 서 회장 일가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전통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서성환 선대 회장, 서 회장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가족의 사회공헌 전통에 따라 기초 생명과학 발전을 위해 부친이 설립한 서경배과학재단의 취지에 동감하며 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번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좋은 취지로 진행한 기부인 만큼 회사나 개인이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이득은 없다"며 "서 회장과 서경배과학재단, 회사 차원에서의 선한 기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1분기 모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채널 재정비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니스프리의 1분기 매출은 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67.5% 증가한 5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1조91억원 영업이익은 8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1%, 52.3% 줄어든 수치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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