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월급 탓에 실질소득이 줄어든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긱워커플랫폼 뉴워커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작년보다 생활이 더 빠듯해졌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만큼 덜 쓰고 덜먹을 수밖에 없어진 상황에 사람들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절약을 실천하기도 있는데요. 급기야 MZ세대 사이에서는 이른바 '거지방'이라고 불리는 오픈 채팅방까지 등장했습니다.
거지방이란 자칭 '거지'인 사람들이 모여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며 실천하는 오픈 채팅방을 의미합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데요.
'거지방'을 오픈 채팅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거지방들이 등장. 채팅에 참여하는 인원은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게는 천명을 훌쩍 넘는 방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지방의 인기가 이렇게까지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거지방은 진입 장벽이 무척 낮습니다. 누구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거지방'을 검색하기만 하면 즉시 들어갈 수 있으며, 오픈 채팅방 특성상 익명성도 보장돼 창피함 없이 지출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거지방은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초등학생 거지방, 30~40대 거지방, 아이돌 팬 거지방 등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방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거지방을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바로 여럿이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채팅을 통해서 서로 지출을 공유하면서 쓴소리를 하기도, 칭찬을 주고받기도 하는 건데요. 혼자 절약할 때보다 더욱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마다 적극적으로 본인의 '짠테크(짜다+재테크)' 노하우를 공유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거지방에 담겨있는 다양한 해학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단순히 소비를 줄이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자조 섞인 유머와 재치를 담아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애인에게 돈이 들지 않는 이벤트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한 참가자의 채팅에 '이별을 선물하라'는 농담 섞인 답변이 달리는가 하면 메신저 이모티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접 그린 '어설픈 이모티콘 그림'을 서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거지방에 들어가면 실제로 지출을 줄이는 데에 효과가 있을까요?
실제로 뉴워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지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출을 줄이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다'는 응답률이 74.3%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거지방을 비롯한 M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무지출 챌린지'에 대해서는 66.4%가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고물가로 생활이 점점 빠듯해지면서 스스로를 '거지'라고 칭하며 모여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MZ세대들. 이를 본 네티즌들도 '대견하다', '서글프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화되어 거지방에 있는 많은 MZ세대들이 채팅방을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웨이 박희원 기자
parkheewonpark@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