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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은행이 정말 공공재?"···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尹정부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차재서의 뱅크업

"은행이 정말 공공재?"···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尹정부

등록 2023.06.22 06:00

수정 2023.06.22 19:37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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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그냥 꺼내든 얘기는 아니었나 보다. 요즘 정책이 작동하는 원리를 들여다보면 이 발언의 속뜻을 실감할 수 있다. 취약계층부터 중소기업, 벤처 등 정부가 어느 한 곳을 짚고 지나치면 뒤따르는 은행이 그 방향으로 자금을 쏟아붓는 광경을 수시로 목도할 수 있어서다.

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뿐 아니라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엄연히 사기업임에도 열외 없이 정책에 협조하느라 여념이 없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라는 미국 학자(데이비드 이스턴)의 유명한 정의도 있다만, 이를 위해 정부가 그토록 금융회사 CEO 인선에 신경을 썼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불황 속에 은행이라도 버티지 않았으면 이 정부는 대체 어떻게 나라 살림을 꾸렸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39만명을 넘겨 화제가 된 '청년도약계좌'를 짚어보려 한다. 특정 집단을 위해 다른 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이 정부의 '공식'이 어김없이 적용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계좌 개설일 기준)를 대상으로 하는 5년 만기의 정책적 금융상품으로,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기간에 매달 70만원을 부으면 은행 이자와 정부 지원금을 더해 약 5000만원을 모으도록 설계됐다. 은행은 기본·우대금리를 붙여 최고 6%의 금리를, 정부는 소득 기준에 따라 월 최대 2만4000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청년은 가입 후 한도(월 70만원)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된다.

문제는 '5000만원'을 만드는 방법에 있다. 청년을 지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확성기를 켠 정부보다 조력자인 은행 측이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진 모양새다.

연간 총급여 2400만원 이하의 청년이 매월 70만원씩 5년간 납입하는 사례를 들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만기 시 원금 4200만원에 ▲은행 이자 480만~587만원(우대금리에 따라) ▲정부 기여금과 관련 이자 153만원(월 2만4000원)을 붙여 총 4833만~4940만원을 받게 된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은행으로부터 받는 돈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은행이 원금과 정부 기여금에 대한 이자까지 더해 약 600만원을 챙겨주고 있어서다. 반면, 정부 기여금은 그의 20% 수준인 144만원뿐이다.

그럼에도 은행이 청년도약계좌로 어떤 이익을 얻는지는 불투명하다. 굳이 들자면 판매 실적이 은행의 사회공헌 성과에 반영된다는 것 정도.

그만큼 이 상품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미 업계에선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 무려 6%에 이르는 고금리 상품을 무분별하게 운용했다간 미래에 상당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최고금리가 5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계좌당 약 200만원의 적자를 볼 것이란 추정치까지 내놨다.

이렇다 보니 청년도약계좌를 향한 은행권의 시선이 절대 우호적일 리가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자 내놓은 정부의 생색내기용 정책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도 정부가 남의 돈을 펑펑 써가면서까지. 특히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이 지난 8일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를 3.5%로 설정하겠다고 예고하자 이를 1%p 끌어올리도록 압박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물론 어려운 시기 정부가 청년을 도와야 한다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다. 다만 청년도약계좌가 지금처럼 불안정한 국면에 강행할 정책이었는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단시간노동자, 플랫폼, 프리랜서, 비정규직, 사회초년 노동자에 대한 금융 문턱을 낮추고, 이들의 채무조정·감면을 확대하는 방안부터 마련했어야 했다'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의 성명처럼 우선순위는 다른 데 있지 않았나 싶다.

매달 180만원(연봉 2400만원) 정도를 받는 근로자가 그 중 70만원을 떼어 적금을 붓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상품 만기가 도래하는 5년 후 또는 중도해지가 본격화하는 2~3년 뒤 은행의 리스크가 표면화한다면 과연 그 때 정부에서 누가 총대를 멜지 의구심이 앞선다. '생색'을 낸 쪽이 반드시 더 큰 책임을 져야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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