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말 '2022 해외 건설· 플랜트의 날' 기념행사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 건설 수주 규모가 120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 증가하는 등 실제 성과도 많이 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들을 보면 '세계'를 논하는 것이 부끄럽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대규모 붕괴 사고만 3년 사이 4건이 있었다. 건물의 사전적 의미가 "사람이 상시 머물 수 있는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기본함량의 미달'이다. 떨어짐 등 안전사고도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시공 능력 평가 10위 내 대형건설사가 이런 사고를 내면서 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는 모양새다.
건설 현장의 많은 전문가는 최근에 발생한 사고의 원흉으로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과할 정도로 비용 절감에 목매는 분위기를 꼽는다. 공사 기간을 넉넉하게 확보하지 않은 탓에 지체보상금을 물지 않기 위해 절차를 건너뛰거나 동시 작업 등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현장에선 인건비를 절약한다며 정규직을 최소화하고 현지 채용이나 프로젝트식 등 계약직으로 인력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인건비를 아낀다고 1개 동마다 배치해야 하는 기사를 5~10개 동 마다 1명을 배치하는 일도 허다하다.
"예전엔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과한 설계와 자재를 들였기 때문에 자재나 시공 절차를 조금 빼먹어도 문제가 없었다"며 "최근엔 비용 절감을 위해 최대한 자재를 아끼는 방향으로 설계하는데 현장에선 여전히 설계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가 많이 일어난다"는 어느 건축가의 말이 아프다.
겉으로만 보이는 마감재에 치중하는 것도 부실을 불렀다. 주택사업은 분양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당장 와 닿지 않는 건물 하중 구조나 콘크리트 품질 등은 뒷전이 되기에 십상이다. 마감재나 옵션에 관한 비용을 들인 탓에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다른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후진국형 사고를 일으킨 배경에는 정부의 잘못도 없지 않다. 지난해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하고 후 국토부가 전국의 건설 현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사고가 일어났다. 붕괴 사고가 일어난 건설사들은 최근 3년간 하자발생신고 건수가 10대 건설사 평균에 비해 2~3배 이상 많았다. 일종의 전조증상이었던 셈이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크게 본다면 용적률과 분양가를 지나치게 통제하면서 비용압박을 부른 탓도 있다. 용적률을 제한하면서 층간소음이나 구조안정성이 뛰어나지만 높아져 같은 높이 대비 층수가 낮아지고 공사비가 더 드는 기둥‧보 방식을 쓰지 않게 됐다. 그나마도 한도 내에서 용적률을 높이는 조건으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공급을 하게 하면서 사업성을 더 악화시켰다. 그나마 이를 만회할 분양가까지 제한한 것은 최악수가 됐다.
이 와중에 건물이 무너진 A 건설사는 인건비를 더 아끼겠다며 직원을 분류해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결정이 내렸다. 손해를 본 만큼 더 비용을 아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업계에선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 "싸고 빠르게"가 아니라 "값어치만큼 제대로"가 슬로건이 돼야 한다. 우리가 빨라야 하는 것은 건물을 짓는 속도가 아니라 더 나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여야 한다. 세계를 논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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