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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3위' 현대차그룹,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오피니언 기자수첩

'글로벌 3위' 현대차그룹,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등록 2023.07.25 08:00

수정 2023.07.25 08:48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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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실적 시즌을 맞아 국내 상장사들이 하나둘씩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반도체, 화학 등 주요 업종들은 2분기에도 실적 반등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2분기 4조원 안팎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됩니다. 3조6000억원을 기록했던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국내 상장사 기준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데요. 증권가에 따르면 기아도 영업이익 3조1000억원 이상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글로벌 3위 완성차그룹으로 거듭났습니다. 혼다, 닛산 등 과거엔 한없이 부럽기만 했던 일본 업체들을 이제 발아래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동화 시대를 맞아 차량의 상품성과 품질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점이 비약적인 성장의 배경이 됐습니다. 저렴한 가격 빼곤 볼 것 없었던 흑역사에서 벗어나 품질로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신분 상승은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는 7위, 기아 EV6는 1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깊다는 평가입니다.

더 놀라운 건 기아 EV6은 토요타 bZ4X보다 가격이 10% 비싸지만 판매량은 3배나 많습니다. 이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기아를 '가성비' 브랜드로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이처럼 현대차와 기아는 전동화 시대를 맞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동화 전환 흐름은 현대차그룹에게 대단히 큰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내연기관차 시대엔 '패스트 팔로어'에 불과했지만 전기차 시대엔 '퍼스트 무버'로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세타엔진 품질 이슈 해결을 위해 8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을 만큼 내연기관차 분야에선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전동화 전환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앞서가던 경쟁자들을 추격자의 위치로 끌어내릴 수 있었죠.

다만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릅니다. 전기차 시대엔 완전히 떨쳐낼 것 같았던 품질 악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거든요. 현대차그룹은 최근 주행 중 시동꺼짐현상이 발생한 EV6, 아이오닉5 등 주요 전기차 모델에 대해 무상 수리를 결정했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ICCU로 불리는 전기차의 통합충전제어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는 언제든지 어떤 결함이든 생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결함이 전혀 없는 무결점 자동차가 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관건은 이번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느냐입니다. 이번 한 번의 무상 수리만으로 모든 문제가 수습됐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모델의 ICCU 결함을 조사하고 있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절처럼 결함을 숨기기에 급급하거나 '고객 탓'이라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다시 흑역사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철저한 문제 원인 분석과 근본적인 후속 대책 마련, 그리고 필요하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도 필요할 겁니다. 제품의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고객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테니까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죠. 왕관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현대차그룹이 '품질'과 '고객 신뢰'라는 무거운 무게를 반드시 견뎌냈으면 합니다. 품질 이슈는 분명 대형 악재이지만, 현명하게 해결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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