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의 안방인 한국에서조차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새로운 대중(對中) 무역적자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LFP는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거워 그동안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선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욱이 LFP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이 개선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성능이 비슷하고 가격은 훨씬 저렴한 LFP 배터리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매킨지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10%에서 오는 2030년 30%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중국산 배터리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괜한 기우는 아닌 듯하다.
주도권은 중국으로 기우는 분위기지만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LFP 추격전'에 뛰어들었다. 국내 업체들의 LFP 배터리 상업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년 뒤 또 한 번의 격전이 예고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노력도 전제 돼야 한다. 최근 LG화학의 LFP 양극재 사업 진출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Huayou)과 손을 잡고 모로코에 연산 5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는다. LG화학이 LFP 배터리 소재 생산기지를 세우는 건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국내 4대 양극재 업체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사실상 중국 기업이 독점한 LFP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면서 왜 경쟁국인 중국에 러브콜을 보냈을까. 중국의 막강한 저가 공세를 뛰어넘으려면 원료와 광물 정·제련 기술을 사실상 모두 보유한 중국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탈(脫)중국 공급망이 취지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중국 중심의 공급망은 여전하다. 원자재 확보에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약점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무작정 중국을 배제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동맹'이라는 묘수를 찾은 LG화학의 선택은 귀감이 될 만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의 외국우려단체 지정 결과에 따라 두 회사 간 지분율을 재조정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중저가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과오다. 그러나 중국과의 승부가 이미 결판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라이벌을 무작정 배제하기보다는 일단 시장에 진출한 뒤 경쟁자 보다 나은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의 경제동맹을 바탕으로 일단 시장에 진출한다면 중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한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작정적인 배제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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