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도 가계·기업 대출 가파르게 증가···부실 리스크 ↑은행 손실 흡수능력 제고로 대응하고 있지만 부담 커져대출 증가세 누르고 차주 채무조정·한계기업 구조조정 必
가계‧기업 부채 '위험 수위'···무서운 증가세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08.1%를 기록했다. 2017년 92%에서 5년 사이 16%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인데 세계에서 국가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둘째로 큰 나라가 됐다. 2021년 세계 4위였던 것에서 더 올랐다.
증가 폭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가계부채 증가 폭이 비교할 수 있는 26국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2022년 가계부채 비율이 10.5%포인트(97.6%→108.1%)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큰 나라로도 꼽혔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의 나라들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를 줄이는 '빚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가계부채 잔액은 매달 신기록을 달성 중이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9월 말 기준 1079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증가 폭은 전달 대비 둔화했지만 연말까지 증가 폭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는 대출 대부분이 주택과 관련돼 있어서다. 최근 집값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보다 앞서 코로나19 시기엔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에서 주담대는 더욱 많이 늘었다. 대량으로 주담대가 이뤄지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구입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다.
결국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 부담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기업 대출 상황도 심상치 않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지난해 173.6%로 5년 전보다 26.6%포인트 증가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108.6%) 때보다도 높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99.6%)를 훨씬 웃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업 대출이 늘어난 것과 함께 은행들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 대출에 눈을 돌리면서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최근에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은 줄이고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2조6565억원 증가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7월 6조5790억원 ▲8월 8조5974억원 ▲9월 8조8417억원 등 전월 대비 확대 폭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내리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3900곳으로 전체(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기업)의 15%에 달한다.
◇은행 '리스크' 확대···종합적 지원책 모색해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화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을 넘어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자 대출 부실화 우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하면 은행의 건전성, 나아가 금융시장 시스템 전반에 위기가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 전망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증한 기업 대출은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체율이 추가로 더 올라간다면 늘어난 기업 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와 위험 최소화 등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위험 요인에 대한 면밀한 관리와 함께 누적된 잠재 부실에 대한 선제적 정상화를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의 손실 흡수능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다중채무자, 취약 차주 등에 대한 채무조정으로 재기 돕고 한계 기업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부실기업에 대한 정책을 펼 때 단순히 한계기업 여부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회생 가능성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자산 규모 및 산업 등에 따라 장기존속 한계기업 간에도 부실 위험 등 건전성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취약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과 같은 정책을 판단하고 실시할 때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 자산규모, 산업 특성 등을 함께 검토해 기업의 회생가능성을 보다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계 대출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 부채를)줄여야 하는데 천천히 낮춰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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