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브라질 등 해외법인 실적 부진 지속 "제2의 소다라은행 기다려?"···M&A 전략 등 부재일각선 "3분기 실적 발표 앞두고 급조한 느낌" 의구심도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외사업의 경우 국내와 다른 시장 환경에 자리를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 데다, 우리금융 차원에서 인수합병(M&A)을 위한 최소한의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윤석모 글로벌그룹장(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장기 경영전략을 공개했다.
우리은행의 새 사업 전략은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으로부터 출발한다. 소규모법인 인수로 새 시장에 진입하고 꾸준히 덩치를 키워 이들 법인을 글로벌 사업의 중심, 이른바 '세컨드 홈'으로 삼겠다는 게 경영전략의 골자다.
동시에 우리은행은 폴란드 카토비체의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국내 기업의 무기 수출 확대에 따른 금융 수요에 부응하기로 했다. 폴란드사무소가 지점으로 승격되면 우리은행은 폴란드 금융당국으로부터 신용등급과 여신한도를 높게 평가받으면서 기업 지원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2030년엔 글로벌 사업 수익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해당 부문은 지난해 은행 당기순이익의 15%에 해당하는 3억4000만달러(약 4600억원) 순익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우리소다라은행을 본궤도에 끌어올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성공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1992년 인도네시아 진출 이후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을 하던 우리은행 현지 법인은 2014년 리테일에 강점을 지닌 소다라은행을 합병해 우리소다라은행으로 재출범한 바 있다. 이후 현지화 작업을 거쳐 자산과 순이익을 각 2배와 4배씩 늘리고 지점 160개를 갖춘 20위권 중형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은행이 갑작스럽게 글로벌 사업 계획을 수정한 데는 임종룡 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리막을 걷는 그룹 실적을 수습하고자 '기업금융 명가 재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경영 환경 악화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글로벌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투자자를 달래기 위해 전략을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대목은 우리은행의 해외사업 성과가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이 은행의 글로벌 사업은 특정 지역에 편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남아 3대 법인은 글로벌 사업 순익의 47%를 벌어들일 정도로 성장한 반면, 다른 해외 법인은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우리은행 중국법인은 최근 들어 현지의 부동산 부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부동산 관련 여신을 보유하진 않았으나, 일련의 사태에 연체가 일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브라질법인도 마찬가지다. 기업금융에 집중해왔으나, 최근 10년간 브라질 화폐(헤알) 가치가 절반 정도로 떨어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에서도 철수 여부를 고민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러시아법인은 전쟁 발발 이후 여신 규모를 3분의1 수준으로 줄이는 등 최소한의 관리만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에 우리은행의 글로벌 사업은 올해 성장가도를 멈출 전망이다. 내부에서는 이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1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은행 실적이 올 들어 꺾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해외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이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보고서 지연과 서류 누락, 시스템 입력 오류, 신분확인의무미준수를 비롯해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해외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만 15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서 감독당국과의 이견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현지의 규제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M&A 계획을 수립했지만, 정작 어느 나라에서 어떤 기업을 사들일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 우리소다라은행처럼 양호한 매물이 나올 때까지 예의주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진출 후 소다라은행을 인수하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계획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이와 관련 윤석모 부행장은 "통상 2000달러 이상의 징계에 대해서만 금융감독원 보고 의무가 있는데, 작은 금액도 공시하다보니 건수가 많아진 것"이라며 "실제로는 다른 은행보다 충실히 관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M&A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지만 규제나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우리소다라은행과 같은 기회가 분명히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동남아 3대 법인에 투자를 병행하면서 매물을 물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