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경영 승계 시스템···직제 유지 가능성 관측 양 신임 회장 힘 싣기 위해 부회장 자리 비워둘수도'부문장 체제' 깜짝 변화 가능성도 유력한 방안 중 하나
KB금융그룹이 부회장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2008년이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부회장직을 함께 만들었는데 당시 강정원 부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이듬해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폐지됐다.
부회장 직제가 부활한 것은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이 결정되면서다. 윤 회장의 3연임으로 안정적인 경영 승계 시스템이 필요해졌고 2021년 부회장직이 되살아났다. 그 자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바로 양종희 회장 내정자다.
따라서 신임 회장이 새롭게 짜는 판에 부회장 존재 자체가 부담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영 승계보다는 새로운 경영 전략을 짜는 게 우선순위여서다. 사실상 '2인자'가 되는 부회장이 있다면 새로운 회장이 조직을 장악하는 데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과 양종희 내정자 간 의견도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 부회장 직제 신설 가능성이 높았던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신임 회장이 선임되면서 부회장 직제 신설 논의를 뒤로 미뤄뒀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부회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필요하면 보임할 것이고 필요치 않으면 비워둘 수 있는 것"이라며 "부회장이라는 직책보다 부문장이라는 직무, 가능하면 폭넓게 업무 경험을 사전에 쌓아서 준비된 회장이 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양 내정자 역시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향후 회장 후보군을 육성한다는 측면과 규모가 큰 KB금융그룹의 업무를 분장하는 측면 등 두 가지를 고려해 이사회와 협의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회장 직제를 폐지하고 부활하는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그룹의 내부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되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문장 체제' 방향이 가장 유력하다.
기존에는 3부회장과 1총괄부문장 체제였다면 이를 3부문장이나 4부문장 체제로 재편하는 것이다. KB금융그룹의 규모가 큰 만큼 부문장 체제를 통해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 승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해당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이유다. 변화가 생긴다면 허인 부회장과 이동철 부회장은 퇴임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 경험이 없는 양 내정자가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것 역시 부문장 직제 덕분이었다. 양 내정자는 비은행 강화를 진두지휘했던 경력과 부회장으로서 그룹 핵심 부문을 총괄하는 등 은행과 비은행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금융당국이 이사회내 회장추천위원회의 공정성 등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KB금융그룹의 이번 회장 인선에 대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KB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 과정이 KB금융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례나 다른 대상(지주사)과 비교할 때 잘하려고 노력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절대적 기준에서는 괜찮다고 할 수 없다"며 "통상 기준이나 방식을 정해놓고 이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여기에 적합한 후보군을 정해야 하는데 이미 대상을 다 확정한 후 기준과 방식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금융그룹, 글로벌 사례를 살펴보면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검증하는 기간이 있었다"며 "누구는 적합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게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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