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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DTx 시장 열리는데···'임상 지침·순응도' 한계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DTx 시장 열리는데···'임상 지침·순응도' 한계

등록 2023.11.24 17:56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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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허가 앞둬···전담 부서·임상 프로토콜 필요조주희 교수 "산업 발전 더뎌, 사용 늘려야"앱 중단으로 드롭아웃 빈번···업계 "개선점 찾는 중"

신재용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좌)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 겸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우)는 DTx에 맞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임상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유수인 기자신재용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좌)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 겸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우)는 DTx에 맞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임상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유수인 기자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DTx) 1·2호가 잇달아 허가 받으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의약품, 의료기기와 다른 새로운 치료 솔루션이다 보니 임상시험 진행부터 실제 환자 사용까지 여러 한계와 진입장벽이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DTx에 맞는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제정과 함께 환자 순응도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DTx 전담 부서․가이드라인 필요···치료 기전, 부작용 등 정의해야"
신재용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에버트라이 대표)는 24일 국립정신센터에서 열린 2023년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 공동 심포지엄에서 "현재 국내에서 DTx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은 건수만 50건 정도 되고 연내 3, 4호 제품에 대한 평가 진행도 기대된다"며 "솜즈, 웰트아이 등 국내 기업이 DTx 기술을 개발한 만큼 (국내 평가기술 개발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제품을 사용했을 때 건강이 개선됐다는 점을 리얼월드데이터(RWD)에서 어떻게 보여줄 건지, 기술적 오류는 없는지 등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임상시험 프로토콜 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DTx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정의하고 있다. 약이나 주사제 같은 기존 약물의 형태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앱, 게임, VR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의사의 처방을 통해 환자에게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 소프트웨어 '솜즈'(Somzz)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허가받은데 이어 4월 웰트의 불면증 치료 소프트웨어 '웰트아이'(WELT-I)가 국내2호 DTx로 허가 받고 환자 처방을 앞두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 겸 암교육센터장인 조주희 교수는 "DTx는 새로운 약의 종류다. DTx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의약품 부서, 의료기기처럼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조 교수는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에 있어서도 DTx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신 신약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은 동물실험 후 1상~3상 또는 4상 등을 진행하며 안전성 및 유효성 등을 확인하는데, DTx의 경우 각 단계(1~3상)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어느 시점에 허가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약품은 역사가 길어 허가 노하우가 많지만 DTx는 새로 개발된 분야라 참고할만한 케이스가 적다. 또 기존 임상시험의 기준과 안 맞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의약품, 의료기기는 필요에 의해 개발된다. DTx 또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질병을 대상으로 만들 것인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건 메커니즘"이라고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DTx 임상시험 평가시 ▲PoC(Proof of Concept·개념 검증) ▲확증연구(Pivoral trial) ▲시판후 약물 감시 사례 연구(Post-Market Surveillance·PMS) 단계를 거친다. 의약품의 경우 임상1상에서 약물의 용량, 횟수 등을 결정하는데 DTx도 PoC 단계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앱 사용량, 시간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전했다.

그는 "내가 원할 때 앱을 쓰는 것은 메커니즘이 아니다. 치료에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약도 하루 2~3번 먹어야 한다는 복용법이 있는 것처럼 DTx도 그런게 있어야 한다. 약물이나 운동요법 등 기존 요법을 추가하거나 다른 DTx를 병용했을 때 효과 여부를 확인하는 임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정확한 임상 결과를 위해선 대상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앱을 꾸준히 사용하게끔 하는 게 어렵다. 임상 중간에 드롭하는 경우도 많다"며 "앱 사용자만 임상 대상에 넣으면 환자 셀렉에 문제가 생긴다. 임상 대상자와 대조군은 동일한 조건에서 임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DTx 산업이 빠르게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의료진이 임상현장에서 실제로 쓰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상적 근거는 의료진이 써야 축적된다"며 "DTx의 첫 바람은 산업계에서 왔지만 임상현장에서 근거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며 "DTx 사용시 부작용도 분명 있을 거다. 의약품처럼 오심, 구토, 두통 등 일반적인 부작용이 없을 뿐"이라며 "그걸 정의하고 정리해나가는 시점이다"라고 부연했다.

임재현 루먼랩 대표이사와 윤찬 에버엑스 대표는 DTx의 환자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수인 기자임재현 루먼랩 대표이사와 윤찬 에버엑스 대표는 DTx의 환자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수인 기자

환자 순응도 낮은 점 한계···앱 고도화, 교육 통해 사용성 ↑
의약품의 안전성, 효과성만큼이나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요소가 환자의 복약순응도다. DTx 또한 지속적인 사용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임상 과정에서 앱 사용을 하지 않아 드롭아웃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영유아 발달지연 진단 및 치료 솔루션 개발사 '루먼랩'의 임재현 대표이사는 임상 드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앱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리마인드 알림톡 기능 등을 추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루먼랩은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기반 영유아 발달지연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솔루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발달 평가 앱 '엘턴'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동네병원에서EG 사용할 수 있는 R62(기대되는 정상 생리학적 발달의 결여) 진단을 위한 진단 보조 의료기기 'LUCES'와 문제 행동 개선 및 중재를 위한 DTx 'LUCET'를 개발 중이다.

임 대표는 LUCET 임상 과정을 언급하며 "소아 대상이다 보니 앱을 꾸준히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총 12주 프로그램이었는데 앱 다운로드 후 앱을 연 사람이 전체의 60%에 불과했다. 즉 40%가 1회기에서 드롭아웃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중 30~50%는 임상 기간 중 기록은 했지만 강의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12회기까지 인강을 전부 들은 사람은 30%가 안됐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앱 자체의 문제라든지, 내용 및 단어의 난이도라든지 고려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며 "환자 맞춤형 콘텐츠를 추가로 넣고 바로 리액션 줄 수 있는 푸시알림 등의 요소를 넣었다. 또 앱 사용을 장려할 수 있는 시각적 요소도 넣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직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런 고도화 작업으로 얼마나 개선됐는진 확인이 어렵다. 다만 소아 영역이라 그런지 리마인드 알람기능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부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출신 윤찬 에버엑스 대표는 교육과 동기부여 등을 통해 앱 사용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에버엑스는 AI 기반으로 인지치료를 결합한 근골격계질환 재활운동 치료기기 '모라(MORA)-DTx'와 치료 플랫폼 '모라'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슬개대퇴통증증후군(PFP 환자 대상 탐색임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 초 확증임상에 나설 방침이다.

PFP는 20~30대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되고 있으며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이다. 해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육과 운동치료만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모라 플랫폼에서는 의학적 근거 기반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특화한 재활·운동치료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환자가 정확한 자세로 운동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윤 대표는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으려면 1회에 5~10만원 정도의 진료비가 발생하고 내원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를 DTx가 해결해줄 수 있다"며 "어디까지나 동기부여가 가장 좋다. 환자의 불편함에서 기인한 동기가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운동 등 교육할 시간이 부족한데, 질환 교육만 해도 잘 따라오기 때문에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현재 타깃하는 연령층은 20, 30대 여성이다. 이 질환 자체가 관절염이 있는 고령층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맥시멈 연령은 50대"라며 "이 정도 연령층에서는 모바일앱을 통해 운동요법을 따라하는데 무리가 없다. 다만 60대 이상은 보호자가 필요할 수 있는데, 추후 임상군을 확장해 관절염 환자로 대상을 넓히는 스텝을 밟을 수 있겠다"고 했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 제1대 회장인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되고 있는 DTx는 개인 1명만 사용하는 기기로 개발되고 있다. 통증이 있거나 노인인 경우 앱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2명 이상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구성하면 사용성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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