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출구 'IPO' 줄자 바이오 투자 급감 신약개발사 대비 진단업계 밸류 낮아···"투자 걸림돌"스틱벤처스 "분위기 변화 중···웨어러블․CGM 분야 눈독"
반면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최근 투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수익을 내고 있고 성장성이 높은 의료기기 및 의료기술로 관심이 쏠린다는 설명이다.
30일 열린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체외진단기업협의회 통합협회 출범식 세미나 자리에서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이사는 발표를 맡은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에게 "미국 제약사 탑10, 플랫폼 기반 진단 디바이스 기업 탑10을 뽑아 분석해본 결과 지속적으로 매출을 내는 진단기기 기업들이 신약개발사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가지고 있더라. 하지만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버블' 이슈에도 진단기기 업체들의 밸류가 지나치게 낮다"며 "이는 진단기기 업계에게 투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투자업계의 시각을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진단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기술이전 등을 도와주는 에이전트를 찾지 못했다. 신약개발사들과 달리 체외진단의료기기에선 케이스도 없어 투자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고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 7조원을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감소세에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에커 분야의 투자 비중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기업공개(IPO) 감소, 업종 밸류에이션 하락, 소부장 섹터의 상대적 강세 영향으로 투자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20년 27.8%에 이르던 바이오 투자 비중은 지난해 16.3%, 2023년 상반기 13.4%로 감소했다.
해외 벤처투자 동향 역시 2021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AI, 반도체, 전기차 관련 소부장 등이 코로나 엔데믹 후 새로운 주도 산업으로 부각되며 헬스케어 기업들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 반면 항체-약물 접합체(ADC), 방사능의약품, 유전자치료 등 신규 모달리티 중심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신약개발사들의 자금회수(엑시트)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고평가 기조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VC들의 투자금 회수는 상당 부분 IPO에 의존하고 있는데, 과거 바이오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기술특례상장 영역에서 기업들의 비중이 좁아진 것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업 25곳 중 바이오 기업은 17곳에 달했는데 지난해엔 총 28곳 중 바이오기업이 8곳에 불과했다.
정 상무도 "개인적으로는 과거 국내 신약개발사가 유독 높은 밸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적자기업이다 보니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로열티 등을 당겨 받으면서 신약개발사들이 밸류에이션을 높게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익이 나는 체외진단 등 의료기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의료기기 회사들의 밸류가 더 비싸지고 있다"며 "신약개발사들은 버블 때 펀딩 받은 후 다운밸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의료기기 회사에 대한 잣대가 과거보다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헬스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탑2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심리의 부침은 심한 편이지만 여전히 바이오산업은 타 산업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고 있고,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 상무는 기존 의료기기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기술이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보는 가장 중요한 기준 2가지는 CEO 역량과 기술 성장성"이라며 "기존 의료기기보다는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성향이 높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처럼 VC들도 새 성장동력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분야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속혈당측정기(CGM)다. 24시간 동안 환자의 혈당을 추적하는 CGM은 급격한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또 IT기술, AI기술을 접목한 웨어러블 의료기기, 의료 솔루션 등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며 "전통 진단분야로 간다면 조기 암 검진이 가능한 액체생검, 동반진단기술 등이 예가 될 수 있겠다. 성장성 크게 부각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투자 검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상무는 "인적역량도 중요하다. 핵심 코어기술을 개발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시장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창업자와 창업팀들에게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투자자들에겐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가 된다"고 했다.
그는 신뢰도 제고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상무는 "현재는 바이오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상장사들의 성과 창출이 산업 전반에 대한 투심 개선에 매추 큰 영향을 준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당분간은 실적이 투자 유치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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