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에 가격 정책 '고심'K-푸드 성장세로 실적 방어···3조 클럽 식품사↑올해의 식품 트렌드 '건강·안전'···대책 마련 분주
다만 해외에서 수익성을 올린 기업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의 비중이 높은 기업이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식품업계는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의 가격 인상 줄다리기···'슈링크플레이션' 도마 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일상생활에 밀접한 소비재를 취급하는 식품업계는 물가 인상 단속의 표적이 됐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3%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1월(5.0%) 소폭 하락했다. 11월까지 최근 4개월간은 3%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물가당국이 예상하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3.6%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물가안정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식품기업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특히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라면 값 인하 여부를 언급한 것이 정부의 강도 높은 물가 압박의 시작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식품 일부 가격을 줄줄이 인하했다. 농심은 지난 7월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내렸고, 이후 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라면업계가 연달아 가격을 인하했다. 롯데웰푸드·해태제과 등 제과업계와 SPC·CJ푸드빌 등 제빵업계도 동참했다.
일부는 계획했던 제품 가격 인상을 철회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업에 직접 방문해 물가안정 동참을 요구했고, 라면·빵 등 9개 가공식품 품목에 대해 물가안정책임관을 지정해 밀착 관리를 시작했다. 이에 가격 인상을 공지했던 CJ제일제당·오뚜기·풀무원 등은 계획을 철회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 압박이 심해진 가운데 '슈링크플레이션'도 화두에 올랐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둔 채로 제품의 양을 줄이는 현상을 말한다. 실질적인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양이 줄면 결과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과 다름없어 '꼼수 인상'이라고 여겨진다.
이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지를 제도화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방안' 후속조치로 소비자기본법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관련 개정안을 마련해 내달 16일 입법예고한다. 용량 등 상품의 중요사항이 변경됐는데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부당행위'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해외로 뻗어가는 K-푸드, 수익성 개선 '톡톡'
경기 불황과 소비 둔화로 내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식품기업의 해외 사업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이 웃었다. 오리온은 해외법인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6% 오른 1407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약 1000억원이 중국 등 해외에서 거둔 실적이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영업이익이 124.7% 성장한 434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3352억원을 냈는데 이중 해외 매출이 2398억원으로, 분기 사상 처음 2000억원을 넘겼다.
농심은 영업이익이 103.9% 증가한 557억원을 냈다. 이 기간 미국·중국 등 해외법인 영업이익이 약 200억원을 달성했는데, 국내 법인에서 수출하는 영업이익을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 셈이다.
연 매출 '3조 클럽'에 속하는 식품기업은 올해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7개 식품기업 중 CJ제일제당을 제외한 6개사(동원F&B, 롯데웰푸드, 대상, SPC삼립, 오뚜기, 농심)의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고물가로 외식 소비가 침체되면서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해외에서 K-푸드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롯데칠성음료, CJ프레시웨이, 풀무원이 3조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필리핀법인이 3분기부터 종속법인으로 편입되면서 매출 규모가 확대됐다.
"건강 챙기고 안전 지키고"···펜데믹 이후 식품 트렌드 '건강·안전'
코로나 펜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당을 없애고 열량을 줄인 '제로' 식품 열풍이 두드러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903억원에서 5년 만인 2021년 2189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3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로 음료는 설탕 대신 대체 감미료를 사용해 칼로리를 100ml 당 4kcal 미만으로 낮춘 음료를 말한다. 제로 슈거 제품은 음료로 시작해 주류·제과 등 제품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의 제로 슈거 소주 '새로'는 출시 7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넘겼다. 기존 소주와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아 칼로리를 낮췄다. 일반 소주 한병(360ml)의 칼로리는 400kcal인데, 새로는 324kcal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식품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았다. 올해 식품업계는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지정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이슈로 혼란에 겪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으로 분류했다. 아스파탐은 제로 음료 등에 설탕 대신 단맛을 위해 쓰이는 인공 감미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행 아스파탐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소비자 우려가 높아지자 식품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특히 아스파탐은 주로 음료나 막걸리에 사용된다. 이에 막걸리 업계는 제품 리뉴얼을 통해 아스파탐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거나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은 점을 강조해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추석을 앞두고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소비자 불안도가 높아지자 식품업계가 비상에 걸렸다. 일본이 지난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식품업계는 자체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외부 기관을 통해 점검에 나서는 등 안정성 수준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오염수 방류 전의 국내산 수산물 비축량을 확대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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